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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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할까 말까, 편지를 쓸까 말까, 끝나지 않는 고민을 하는 고슴도치는 집에 올 동물들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자꾸 화를 내는 두꺼비, 어딘가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어야 하는 타조, 커튼을 내려 암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두더지와 지렁이, 대화목록이 있어야 하는 오소리, 초대를 받고도 한참 걸리는 거북이와 달팽이, 둥둥 뜬 채로 놀러온 고래, 파도를 타고 온 잉어와 메기, 욕조를 선물하고 간 하마 등등. '나는 왜 가시가 박힌 고슴도치인 걸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문득 자신의 가시가 자랑스러워 마음이 부풀기도 하면서 고슴도치는 불안하게 집 안을 서성거린다. 심지어 이때 꿈에서 읽는 책의 제목도 <방문의 장단점>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캐릭터라니!


 고슴도치에게 내가 겹쳐 보였다. 우유부단할 만큼 고민하는 고슴도치의 모습 안에, 남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봐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괴롭고, 또 한편으로는 타인과 어울려야만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나'라는 인간이 있었다. 동물 친구들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종류 별로 다 만들어보려다 케이크로 가득 넘치는 집에서 우두커니 서 있게 될까 망설이는 고슴도치의 고민은 이렇듯 보편적인 고민을 상징하고 있다.


 고슴도치의 고민은 허탈할 정도로 어이없게, 뜬금없이 찾아온 다람쥐에 의해 끝이 난다. 다람쥐가 고슴도치와 이야기를 나눈 후 조만간 또 만나자고 편지를 남기자 고슴도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역시 거대한 고민은 의외로 간단한 성취로 매듭지어지는 법이다.


 일러스트가 정말 귀엽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듯한 고슴도치의 손을 한참 쓰다듬어주고 싶어질 만큼. 책의 내용을 한껏 번지르르하게 살려주고, 귀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러스트의 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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