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섹스 -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
은하선 지음 / 동녘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성교육(?) 책으로 말발 화려한 언니가 다양하고 직설적으로 썰을 풀어주는 느낌이다. 학교에서는 들은 적 없었던, 친구들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섹스 담론은 유쾌하고 당당하고 그간 내게 해왔던 자기검열을 자유롭게 한다. 우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부록으로 곁들여진 장난감 안내와 후기까지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라 즐겁게 순식간에 읽었다.


 교복 야동 규제를 논의할 때, 규제를 해야 한다 혹은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양반의 입장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자는 성폭력 등의 성범죄는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 자체가 생산성이 없다고 말한다. 생소한 입장이라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읽으면서 낄낄 웃음이 터질만큼 재밌었던 문장 하나와, 저자의 사이다 문장 하나 기록해둔다.

심지어 나를 붙잡고 "남자들 섹스 이야기도 좀 들어 달라"라고 하소연하는 남자들도 있다. (...) 시간의 업보를 조금이라도 덜어 내려면 옛 선조들과 아직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여자들을 씹고 있는 저 남성들을 향해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 주는 편이 좋을 거다. 그런데 그 답답함을 이제 겨우 섹스라는 단어를 옹알이하듯 입에서 내뱉기 시작한 여자들한테 털어놓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남자로 살기 힘든 거 알겠지만 여자들이 그 말들을 들어 줘야 할 의무는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까진 여자로 사는 것보다는 남자로 사는 게 편하거든. 대체 누구더러 누굴 걱정하라는 거냐.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도 모른 채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고, 심지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는 세상이다. 왜 굳이 ‘여자들의 섹스‘를 두고만 ‘왜?‘라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강요하나. (...) 그들은 왜 그랬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다. 그 질문은 책임을 오로지 여자에게만 떠넘기기 위한 질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