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동명의 영화로도 본 적 있는 <오스틴 랜드>. 책에서는 오스틴 랜드라고 칭하지 않고, 펨브룩 파크라고만 호칭한다. 영화를 보고 너무 설레서 당장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영화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며.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J.J.페일드의 얼굴을 대입해 줄곧 상상해 읽었더니 책이 두 배로 재밌더라. 두근두근하는 에피소드마다 제인이 한 때 스치듯 만났던 남자들을 남자1, 남자2로 구분해 비하인드를 소개하는 점도 볼 거리고, 영화와 조금씩 다른 점을 찾아내는 점도 또 다른 볼 거리다.


 예를 들어, 영화 속의 오스틴 랜드는 19세기를 거의 실제와 가깝게 재현해놓은 철저한 테마파크 느낌이 강했는데 책 속의 펨브룩 파크는 약간 허술한 느낌이 있다. 제인이 처음 저택에 들어서서 불꽃 모양의 전구에 전선이 연결된 등유 램프를 발견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리고 몰리가 노블리, 즉 헨리가 이혼으로 인해 상처 받은 적이 있음을 펨브룩 파크에 있는 제인에게 이메일로 미리 알려주는 장면도 다르다. 또한, 제인이 펨브룩 파크에서 지내며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오랜만이라는 얘기를 하자 (제인의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 노블리가 제인의 방에 유성 그림물감 몇 개와 붓 세 개, 두 개의 캔버스를 선물로 두고 간 것도 다르다. (배려 넘치는 남자다!) 덕분에 제인은 펨브룩 파크에서 염증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자화상과 창밖에 보이는 펨브룩 파크의 풍경을 이젤 위 캔버스에 그리곤 한다. 무엇보다 노블리와 제인이 키스하면서 '탤리호'라고 외치던 감탄사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책 속 주석으로 이해했다는 것! 탤리호는, 여우 사냥에서 사냥개들이 여우를 발견하고 짖기 시작하면 외치는 소리라고 한다. 이 감탄사를 내지른 순간부터 여우 사냥이 시작되는 것이지.



 제인을 향한 펨브룩파크의 계략(?)이 밝혀진 뒤, 제인이 와틀스부룩 부인에게 자신은 기자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마틴에게 단호히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속 답답하지 않은 대처가 좋았다. 다만, 책 속에서는 헨리가 전문 배우였다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와틀스룩 부인 조카인 헨리가 고모(이모였나?)의 일을 돕기 위해 교수 일을 잠시 쉬는 동안 연기를 했다는 설정이다. 책보다는 영화의 설정에 더 끌리는 솔찍헌 심정을 숨길 수 없다.



"이렇게 마주쳤으니 멋진 휴가를 보내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직접 해야겠네요. 사실 어제 그렇게 끝을 맺게 되어 좀 찜찜했거든요."
노블리 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인은 그의 눈에서 분노의 기색을 얼핏 읽고 깜짝 놀랐다. 아직도 여자한테 거절당한 남자역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제인이 배우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건가? 어쩌면 약혼에 실패해 보너스를 못 받게 된 걸지도 모르지.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어스트와일 양. 뵙고 싶을 것 같네요."
"정말이세요?"
"그럴 것 같아요."
"저기, 내내 궁금한 게 있었는데……. 노블리 씨의 진짜 이름은 뭔가요?"
"윌리엄입니다. 그거 아세요? 당신이 그걸 물은 첫 번째 사람이라는 거." (pp.305-306)

진짜건 가짜건 마틴은 독신 생활이 제인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진짜건 가짜건 노블리 씨는 다아시에게 ‘노‘리고 외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제인은 머리를 창문에 기댄 채 빠르게 지나가는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떠올렸다. 어쨌든 펨브룩 파크는 본분을 다한 셈이다. 그곳에서 제인은 연애의 연옥을 견뎌냈다. 그녀는 이제 환상이 현실을 위한 연습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 제인의 삶은 이제 진정한 가능성을 향해 활짝 여렬 있다. 거기에는 다아시도, 완벽한 남자도 없었다. 다만 누군가 있을 뿐, 제인은 이제 준비태세가 완벽하다. (p.319)

"처음 뵙겠습니다. 헨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가 헨리 젠킨스였다.
"전 그대로 제인이에요."
제인이 말했다. 아니, 쇳소리를 냈다.
그가 안전밸트를 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여 제인은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규칙에​……. 잠깐, 둘은 지금 비행기에 타고 있다. 규칙 같은 건 이제 없다. 게임은 끝이 났으니까.
​ (……)
"부인이 보내서 온 거 아닙니다."
노블리 씨 아니, 헨리가 말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제 스스로 온 거예요. 아니, 그보다 전…… 전 꼭 이렇게 해야 했어요. 미친 짓이란 거 잘 압니다. 하지만 티켓은 환불 불가예요. 적어도 가시는 동안만이라도 제가 동행하면 안 될까요?​"
"이건 정원을 산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예요."
"정원은 이제 지겨워요."
그의 말투가 훨씬 편안해졌다. 딱딱한 19세기 분위기가 사라졌고, 단어를 축약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헨리와 노블리 씨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pp.331-332)

"잠깐만요. 이런 식으로 끝날 순 없어요! 당신은 내 환상이란 말이에요. 내가 뒤로 하고 떠나기로 한 바로 그 환상. 그런 환상을 가방 속에 쑥 집어넣어 들고 갈 순 없어요."
"지금껏 당신이 한 말 가운데 가장 자기중심적인 말인데요."
제인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가요?"
"헤이즈 양, 그 모든 게 거꾸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사실은 당신이 제 환상이라는?"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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