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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레이트 로젠펠트
다니엘 월러스 글.그림, 문은실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앗! 머리가 폭발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애쓰다가는 머리가 폭발할게다]라는 경고를 몇번씩 듣고나서도 천치들이 그리는 뒤죽박죽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뭐가뭔지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정리를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머리에서는 치익치익 연기가 난다.
이런 바보 천치들이 있나 싶을 정도인 얘들을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까. 윗통만 있는 반쪽이 '로이'를 포함해서 33과 1/2명이 살고 있는 부족의 족장은 위대한 '로젠펠트'이다. 벌에 쏘여 죽은 로젠펠트 1세와 눈에 띄지도 않는 것에 발이 걸려 벼랑이라고 할수도 없는 곳으로 떨어져 죽은 로젠펠트 2세 뒤를 이은 빠가왕스러운 로젠펠트 3세. 삐쩍 꼴은 멸치 몸통에 잘 말린 명태 같이 생긴 로젠펠트 3세는 서기를 자처하는 '애시버튼 모스비'에 의해 [위대한 토마토의 신 로젠펠트 님]으로 칭송된다. 역시 아무짝에 쓸모 없는 애시버튼 모스비 가문은 재물로 바쳐지지 않기 위해 '서기'를 자청해서 지금까지 쭉 서기로 일해오고 있다. 부족에서 가장 덩치가 좋은 '큰사람 애킨스'는 이런 로젠펠트가 늘 불만스럽다. 천사처럼 아리따운 '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윌슨' 족의 장은 선전포고를 한다. 샐리는 윌슨에게 '언제 어디서나 재주를 넘을 수 있는 남자여야만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초대형 돼지 열마리는 갖다 붙인듯 한 초초초돼지 윌슨은 자유자재로 재주를 넘을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고 떠난다. 곧이어 초초초돼지 윌슨이 재주를 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머지않아 초초초돼지 윌슨은 샐리를 차지하고 로젠펠트 족을 까부수기 위해 쳐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이 토마토 신이라는 로젠펠트는 누가 쳐들어오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다. 33과 1/2명 중 윌슨의 도발을 걱정하고, 로젠펠트의 우유부단함에 반감을 가진 사람은 큰사람 애킨스 뿐이다. 그는 부족을 위협하는 윌슨 족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로젠펠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드디어 애킨스와 로젠펠트 3세의 결투가 예정되던 날 모든것이 변한다. 머저리 같은 로젠펠트에게 사랑을 고백한 아름다운 샐리. 샐리의 말대로 로젠펠트는 많이 덜떨어지고 여느 남자와 같은 정복욕도 없지만 한없이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데, 띨띨한 사람이 미인을 얻을수도 있나보다. 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윌슨도 재주를 넘으며 스파르타 군인 못지 않은 근육을 울끈불끈거리며 찾아오고 샐리를 두고 세 사람(두사람이라고 해야하나)의 결투가 시작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뒤죽박죽 이야기이다. 원시 부족만이 보여줄수 있는 띨띨한 인간들의 몸부림이랄까. 읽으면서 어이없이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얜 또 왜 이렇게 띨띨한가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이렇게 2% 모자란 애들이 모여 만들어낸 이야기는 모자라기에 한없이 낙낙하다. 원시시대의 엄청나게 넓은 초원 위에 엎드려서 배를 통통 튕겨가며 멀리서 원시인들이 '우가우가'하며 재롱부리는 것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모자라서 가득 찬 귀여운 동화. 심각한 것에 익숙한 나에게는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갸우뚱 갸우뚱 했던 소설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는 것이 이 동화의 미덕인것 같다. 끝끝내 아름다운 샐리의 얼굴은 볼수 없었지만 샐리를 제외한 부족민들의 모습을 손수 그림으로 그려넣은 작가의 솜씨도 볼만하다. (샐리가 금발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니엘 월러스 만이 가지고 있는 재치있는 표현들도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갸우뚱'은 [왜 로젠펠트는 위대한가]인데 이것이야말로 [그냥 위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ㅋ
로젠펠트, 사랑하는 샐리와 함게 움막에 있는 로젠펠트.
로젠펠트와 샐리, 손을 잡고 있다.
로젠펠트와 샐리, 노을 속을 거닐고 있다.
그런 걸 생각하라. 그런 게 좋은 것이다.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