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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한국이나 일본이나 '청춘'의 이야기는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가까워도 외국이니까 뭔가 그들이 사는 방식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TV 같은 것으로 한다리 건너서 보는 일부 모습을 일본의 전부라고 생각했는지도. 아무튼 이 책의 '와세다'라는 제목이 주는 엘리트 적인 분위기는 책을 읽으면서 '친밀함'으로 바뀌었다. 명문대 근처에서 숙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뭔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예감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자 갸우뚱 했고,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마지막에는 이 책에 홀딱 반해버렸다. 이 책은 저자인 다카노 히데유키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가 10년 넘게 와세다 근처의 하숙집 '노노무라'에서 지낼 때 있었던 일을 담고 있다. 1.5평~2평짜리 방이 줄지어 있고, 그 안에는 다양한 남자들이 살고 있다. 마흔 넘어서까지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 평생 슬리퍼 하나 바꿔 신지 않고 썩은 음식을 데워먹을 정도인 수전노 등등. 다카노는 이 집에 먼저 살고 있던 대학 탐험부 소속 후배의 소개로 1.5평 방에 입성한다. 대학 때 2주간 3평 되는 고시원에서 지냈는데 창문이 없고 벽이 얇아서 쉽게 적응이 안되었다. 게다가 폐쇄된 공간이어서 이웃(?)간의 이동도 전무하므로 동굴 속에 갖혀서 지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노노무라'는 일반 가정집의 모양이고, 마당도 있고 마루도 있기에 입주한 사람들끼리 지나친(?) 교류를 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기에 다카노는 이런 재미있는 경험담을 풀어놓을 수 있던 것이겠지.
경제의 버블이 꺼지고 경제 악화가 계속되던 시대의 일본은 지금의 한국의 모습과 별로 다를바가 없다. 당시에 일본에서도 대학생들은 주로 원룸에서 숙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노노무라 일당은 하숙을 고수했다. 노노무라에 사는 사람들끼리 이러저리 부딪히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었다. 인물 각자의 성격이 참으로 독특하기에 우스운 이야기도 많았지만 가슴 뭉클한 것들도 많았다. 다카노 히데유키는 자신의 경험에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기 스타일의 글로 써냈다. 그에게 근 10년만에 생긴 애인이 말한대로 그의 글은 참 담백하다. 꾸밈없는 글이어서 그 감동이 더 컸다. 그리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니 사람들끼리의 정도 느껴지고 사람 사는 냄새도 나는것 같았다. 그는 마지막에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독자인 나도 그가 풀지 못한 설들을 조만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카노는 '백수'라고 하면 더 좋을 프리랜서이다. 그는 오지로 탐험을 떠나는 것이 취미이고,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탐험부의 대원이었다. 20대만이 가질수 있을법한 모험심을 그는 서른이 넘어서까지 잃지 않고 있다. 모두들 평범한 삶을 찾아 떠날 때 그는 여전히 혼자 남아있었다. 때로 외로울 때도 있었고,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몇번이고 되물을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는 결국 자기 방식대로 사는 사람으로 남았다.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너만이라도 그대로 남아있어줘'라고 한단다. 누구나 자기의 방식대로 인생을 살길 꿈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꿈'으로만 남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잃어버린 옛날의 꿈들을 찾아서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에 한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든지 내 방식대로 살수도 있겠다라는 용기가 생겼다. 사람이 사는 방법에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깨달았다.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을 만나서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