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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여주는 손가락
김치샐러드 지음 / 학고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나도 지금은 그림 구경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예전엔 그저 책 속의 명화나 보며 '이런 작품이 있군.'하는 정도였다. '고흐를 좋아해요, <고흐의 방>을 좋아하죠.' 등의 이야기를 하며 그림 이야기에 신나서 얼굴을 붉히는 정도였달까. 고흐에 대한 나의 취향은 지금껏 변하지 않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갈증을 느꼈다.
뮤지컬 보기를 즐겨하는 나는 영화, 뮤지컬이라면 얼마든지 장소를 옮겨가며 무대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림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방법에의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작품을 보았을 때 전체적인 것을 느낄 뿐 왜 이 그림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미술관에 가게 된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찾아갔다. 유럽의 미술관은 그야말로 예술의 천국이었다.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서양의 예술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열강의 대열에 있던 그들의 나라는 찬란한 문화적 풍요 속에서 전세계의 예술가까지 양산했다. 옥의 티 하나 없이 남의 나라의 예술품까지 모아둔 박물관과 화려한 미술관은 그야말로 리얼리틱함 그 자체였다.(붓 터치까지 보인단 말이지!) 아직 열악한 우리나라의 미술관과는 달리 그곳의 미술관은 규모로보나 시설로 보나 최첨단이었다. 벽 하나를 가득 채우는 나폴레옹의 초상화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모나리자'가 그렇게도 어둡고 작은 그림일줄이야. 나는 그 곳에서 화가들의 붓의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었다. 거창한 설명 없이도 그냥 그림만으로도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감동이 실제로 심장을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몰랐던 화가의 그림들까지 보면서 새로이 마음속에 들어오는 작가와 그림들이 넘쳐났다. 갈비뼈 한 쪽이 뻐근할 정도로 아팠다. 뭔가 찌릿하는 느낌.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주기적으로 미술관에 찾아간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목을 마르게 했던 것은 그림의 디테일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 이상은 힘든 일인 것 같았다. 피카소의 그림에서의 색채 변화와 샤갈의 닭, 바이올린, 당나귀 등의 요소들에 대한 '느낌'이 아닌 '의미'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명화가 왜 명화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남들이 좋으니까 좋은가보다' 하고 보는게 일상적이게 되어버린 잘못된 그림 감상법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책이 이 책이다. 김치샐러드는 작품 하나를 골라서 하나, 둘씩 파헤치기 시작한다. 물론 여러 네티즌들이 지적한대로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림 감상에는 정도란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예술학도가 아닌이상은 그냥 내 방식대로 충분히 그림을 알면 그뿐인것이다. 조금 더 심도있는 그림의 배경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손가락'은 매우 친절한 도슨트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