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마스카라를 한 여인의 우는 듯한 표정이 그려진 어둡고도 사이버틱한 표지의 이 책은 '휴대폰 소설'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제목도 발랄하다. 덧붙이자면 어쩐지 공포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표지이다^^
<러브링크>.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책의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모니터 화면으로 만난 이 책의 첫 인상은 조금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반토막과 휴대폰 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 반토막이었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책은 휴대폰으로 보기에 딱 적당한 소스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재미와 막판 반전이 아주 조화롭다.
여느 연인들처럼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지만 점차 사랑보다는 의무로 살아가는 부부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잘못된것인지도 인식할 수 없었던 결혼 생활에서의 주인공은 무기력하게도 남편은 때리는사람이니 나는 맞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견딘다. 이혼 후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동생과 함께 살아가던 여자는 무료함, 외로움을 출장 호스트를 불러내며 달랜다. 출장호스트인 형(그는 꼭 동생같다.)과 J리그 선수인 동생을 동시에 만나게 되어버린 그녀는 어느새 사랑을 느낀다. 다시 사랑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 그리고 사랑이 유흥이란 이름으로 변해버린 호스트와 그의 동생...이렇게 네 사람의 이야기이다.
독특한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이 책 또한 미묘하다. 나는 주저없이 이런 책은 일본작가만의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책. 이것이 그들의 매력이자 힘인 것이다. 나는 또 한번 부럽고 분하다. 동시에 휴대폰 소설이라고 했을 때 느꼈던 선입견에 대한 부끄러움도 느껴졌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에 일이건 사랑이건 삶이 온전하게 흘러갈 수 없다. 어디선가 부딪히고 깨어지고 짖밟히고 상처받고 상처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사람으로 치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책의 후반의 무조건적 '용서'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깊은 상처와 그 기억을 덮어버리고 상대가 누구든 용서를 하기에는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한 것일까. 내가 아픈 만큼 당신도 아팠을거야, 라며 쓴 웃음 지으며 뒤 끝없이 용서하고 추억으로 남기기엔 내 인생의 내공이 아직 모자라다.
[ 나는 실패한 인간이라고 고개를 숙여 버리면, 결코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으니까요. 가슴을 쫙 펴고, 앞을 향한다고 할까, 위를 향해,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갑시다. (134) ]
[ 이혼하고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너무 슬퍼서 울지도 못하고,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 숨긴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바쁘게 지내느라 나 자신의 상실감과 마주할 시간도 갖지 못했다. 아니, 상실감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쁘게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1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