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몇번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 운명은 정말 정해져 있는 것일까.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는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남은 경우 다른 시간에 죽음의 예정이 찾아온다. 결국 어떻게든 죽음의 운명에 순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은 늘 운명이라는 것을 무의식에서부터 의식하며 살아가고, 그 것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성을 쌓는다. 언젠가는 죽을것이라는 명제 앞에서 발버둥치면서 운명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한편으로는 순응하면서도 죽음 전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속담에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잖은가.

책의 32개의 챕터의 시작마다 나오는 성경구절과 명언, 영화 대사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 세상은 하나의 다리일 뿐이다. 이 세상을 그냥 건너가라. 이곳에 너의 집을 지으려 하지 마라.-(성서외전)'는 구절은 이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반전의 반전을 되풀이하여 잔잔하고 낯뜨거운 남녀의 로맨스에 스팩터클함을 더한다. 운명과 죽음, 사랑이라는 신비적인 요소까지 더해져서 이 소설은 너무도 쉽게 읽히고 읽는 동안 즐겁다.

프랑스의 영상세대 작가라는 기욤 뮈소(개인적으로는 귀연 미소 라고 부른다^^)는 그 수식어에 걸맞는 소설을 썼다. 소설 초반에 유치하기 짝이없는 인물 설정과 몇시간만에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은 이 남자(작가)가 소설을 제대로 쓰는구나 싶었다. 이 부분을 집어볼까. 우선 남자 주인공 쌤의 설정. 그는 오드아이를 가졌다.(아 이것부터 뭔가 팍 오지 않나? 오드아이를 가진 남자 주인공! 의도적인 신비요소) 게다가 그는 의사인데 부와 명예를 아랑곳 하지 않으나 누가 봐도 겸손하고 사랑스럽고 잘생기고 목소리까지 좋다고 묘사되는 남자이다. (젠장..) 여기에 그의 아픈 과거까지.. 연민의 정이 더해진다. 여자 주인공의 모습 또한 그렇다. 배우를 꿈꾸며 미국으로 왔지만 지금은 불법체류자 신세에 쌤에게는 변호사라고 속인다. 그러나 귀여우면서도 섹시하다.(이건 아무래도 작가의 이상형인듯^^)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그들의 행각은 잘 다듬어진 로맨스소설의 냄새가 풍겼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그건 하나의 필수 설정에 불과하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사랑해야 하는 운명인지를 보여주는.

이 책에는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과 약한자를 보듬어주는 자애로움과 인간의 사악함과 근본적인 삶과 죽음에의 성찰까지 다양한 요소가 들어있다. 동시에 프랑스 작가 특유의 문체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줄곧 '이 책이 영화로 나온다면 정말 대박이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자 후기에서 정말 영화화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종종 우리는 '운명'의 노예가 된다. 운명은 잔인하지만 동시에 자애롭다. 그것은 '순리'라고도 불리우는데 순리란 거스르기 보다는 순응할 때에 평온을 느낄 것 같은 단어이다. 우리에겐 '도전'이라는 단어도 함께 한다. 그것이 순간의 진통제같은 것일지라도 우리 인생에 있어서 운명과 도전이란 뗄 수 없는 사이와도 같다.

그리고 '사랑'도.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추운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감옥에서도 수감자들은 겨울보다 여름이 잔인하다고 한다. 겨울은 누구나 서로를 껴않을 수록 따뜻해지기 때문에. 시려오는 옆구리가 뜨끈해지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뉴욕의 겨울을 배경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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