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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그는 그녀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저기 저쪽,"
루카스댁은 옛날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예전에 물에 깎인 바위가 놓여 있던 그 곳이 그 남자가 좋아하던 장소였단다."
그리고 그녀만이 그를 기억했다.
천재 오르가니스트는 사랑하기 위해 잠자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다가 젊은 나이로 죽었다. 그는 일찍 늙는 병을 앓고 있었던만큼 남의 것보다 빨리 시간을 보냈는가보다.
음악적 천재의 기질과 착한 본성을 타고났다는 것 이외에는 엘리아스도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는 노란색동공과 나이보다 늙어보이는 외모 말고는 돋보이는 것이 없을정도였으니까... 그의 집안 내력대로 참으로 조용한 사람이었다.
엘리아스보다 더 강하게 각인이 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인물들이 있다. 주민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한 '큰토막'과 엘스베트의 오빠이자 엘리아스의 하나뿐인 친구인 악마적인 '페터', 세상 모든것을 사랑하고 아껴서 창녀가 된 '부르가 람파르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 벙어리인가 하고 여기게 했던 엘리아스의 형 '프리츠', 보이얼라인 보좌신부, 몽고증을 앓는 동생 '필립' 등등.. 이런 인물들이 소설의 재미를 부추겼다.
사랑하지만 드러내어 고백하지 않았던 그와, 사랑하는지 모르지만 숙명적으로 여기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엘스베트, 엘리아스의 재능을 알아보았지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게 된 다른 오르가니스트들... 인간의 따뜻한 면과 어두운면을 적절하게 보여주면서 신이 만들어놓은 운명에 의해 치열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모습도 함께 그렸다. 전원생활을 평화롭게만 보여주는 것들과 달리 이 소설은 인간이기에 있을 수 있는 사악한 모습과 각박한 인심들을 그것이 도시이건 농촌이건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신의 청력을 갖게 된 엘리아스가 5세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연인(엘스베트)의 심장소리를 듣고 까무러치는 장면이라든가 페터와 엘리아스의 장난에 옷을 모두 벗게 된 창녀 부르가 람파르터의 대사, 엘리아스의 아버지 제프와 엘리아스가 화해하는 장면 등 간혹 등장하는 갑작스러운 가슴따뜻하게 만드는 상황도 음울한 소설의 전체 분위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게하는 요소가 되었다.
'향수'와 비교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니 '향수'도 한번 더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