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쓰기 특강 : 동화작가 임정진의 실전 노하우 - 소통과 글쓰기 3 아로리총서 9
임정진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릴 때 부모님께서 닭이니 병아리니 하는 그림과 함께 ‘닭’, ‘병아리’ 라고 적힌 책을 한 권 사주신 것이 처음 받은 책 선물로 기억한다. 그 외에 <파랑새>, <성냥팔이 소녀> 같은 동화책도 선물 받은 후 종이가 떨어져나가도록 읽었다. 부모님은 주로 낱권으로 된 책을 한 권씩 사주셨기 때문에 나의 책장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전집 같은 것은 없었다. 늘 짬이 나면 서점에 직접 데리고 나가서 책을 골라주시거나 스스로 고르게 하셨기에 아빠의 책장 한 쪽에 자리 잡은 ‘내 자리’ 한 칸 에는 어린 아이가 읽지 못하는 소설류도 몇 권이나 꽂혀 있었다. 어릴 적 무엇도 모르고 제목에 이끌려 무작정 고른 책도 19금 성인용으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면 사주시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은 몇 권의 책은 내 보물이 되었고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 재미도 일찍 알게 되었으며 장르 구분 없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릴 때에 읽었던 동화책은 아직도 책장에 전부 꽂혀 있다.



 

 요즘에는 꽤 많은 종류의 동화책이 읽히고 어른들도 동화 마니아가 있을 정도이지만 예전엔 동화책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어린이가 읽는 고전동화 쯤으로 생각하기 쉬웠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동화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같은 반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친구가 동화책 코너에서 한참을 머무르는 것을 보고 의아했었다. 친구의 꿈은 동화작가였다. 주변에 책 읽기를 좋아하고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인 사람은 꽤 있었지만 동화작가라는 장래희망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때만 해도 작은 동네 서점도 꽤 많이 있어서 책을 고를 때에는 그곳으로 갔었고, 종로의 대형 서점에 다니게 된 것은 중학생이 되어서부터였다. 그것도 문제집이나 소설 코너가 주 동선이었다. 난생처음 대형 서점의 동화책 코너를 둘러본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종류의 동화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동화작가를 이야기 해주고, 유명한 동화책 출판사 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동화의 범위가 좁은 편이지만 외국에는 동화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잘 되어있다면서 어른들까지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었다. 친구가 소개한 동화책 중에는 ‘소설’이라고 분류해도 좋을 정도의 책도 있었다. 수능을 마친 후에도 친구는 한 권의 동화책을 선물해 주었고 그 책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 후로도 가끔 눈에 띄는 동화를 손에 쥐고 읽곤 하지만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동화쓰기특강’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그 친구가 생각났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주제 고르기, 동화의 주 독자층인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등의 내용을 읽으면서, 어른에게는 오히려 소설쓰기보다 어려운 것이 동화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릴 때 경험했던 기억에 남는 일을 나열해보라는 예제를 읽고 써보았는데 15가지를 채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라는 말이 있다. 동화작가를 꿈꾸었던 친구의 곁에 있으면 늘 6살 어린이처럼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늘 어린소녀의 마음으로 살기를 꿈꾼다고 말하던 중년의 여배우 모습도 떠올랐다. 특강을 읽고 나서 동화를 뚝딱 써내려갈 자신은 없지만 할머니가 되어서도 동화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는 어린아이처럼 살아야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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