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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골드미스, 골드맘, 슈퍼맘 등등 잘나가는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이 여전히 사회에서 혹은 가정에서 만족할 만큼의 인정을 받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과거에 비해서 여권이 신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골드'나 '슈퍼'와는 관계 없는 평범한 나같은 사람은 뭔가 뒤쳐진다는 생각까지 드는 요즘이다ㅠㅠ
가끔 TV에서 옛날 드라마를 한 장면씩 보여줄 때가 있다. 드라마가 현실을 100%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트렌드는 충분히 반영을 한다고 생각된다. 불과 10년 전의 드라마만 해도 가부장적인 내용의 것이 많았던 것 같다. 여자 입장에서 보면 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 아직 많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옛날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니까.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졌던 옛날과는 달리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해 여자가 먼저 그 금기를 깨고, 요즘은 남자들 또한 남자다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듯하다.
외모를 보는 시선도 그러하다. 예전에는 남자다운 성격에 우락부락 근육질을 가진 사람이 미남이었다면 요즘은 예쁜 남자가 대세다. 드라마에 나오는 예쁜 남자는 요리도 잘하고 이벤트도 잘 해주고 젊은 나이에 돈도 잘 번다;; 여자들이 슈퍼우먼이 되어 살림에 애도 봐야하고 돈도 벌어야하고 집안 대소사도 챙겨야 한다면 남자들도 그만큼 역할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남자에겐 ‘아내’가 있지만 여자에겐 ‘아내’가 없다는 게 다르겠지만ㅋ)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비슷비슷한가보다. 여기 <오, 나의 마나님>에 나오는 남편이 어찌나 야무지게(?) 살림에 대해 잘 알고 이것저것 하는 것도 많은지 ‘아, 부인이 돈 벌어오고 남편은 살림을 하는 집인가보다’ 했다. 아내는 쿨!한 슈퍼맘이다. ‘아내의 연봉이 자기보다 더 늘었고 아내는 여전히 예쁘고 뭘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고 지혜롭고, 남편인 나는 뱃살이 겹치고 벽에 못도 하나 못 박을 뿐’인 이 남자의 마나님 모시기.
책을 읽다보면 주부가 해야 할 푸념이 많아서 '이게 여자가 쓴 거였나'하고 헷갈릴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남자’로서 토로하는 푸념이 나오면 그제야 '아 남자가 쓴거지’하고 웃음이 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남자와 여자의 권력이나 페미니즘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서 말한 시대적흐름(?)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때론 비굴하게, 때론 시니컬하게, 솔직하게 쓰여진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