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외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여자의 비명소리가 꺅-하고 들릴것만 같은 책 표지를 보고 이름모를 흑백 영화들을 떠올렸다. 비장함이 감도는 배경음악과 함께 고요하던 장소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리는 극적인 장면들 말이다. 꼭 그런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한 장면씩 본 기억을 떠올릴수 있을것이다. ‘하드보일드 하드럭’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었을 때 도대체 ‘하드보일드’가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지만 알수 없는 설명문은 복잡한 머릿속을 더욱 엉키게할 뿐이었다.


 

하드보일드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184829]


 

 봐라, 엉키나 안 엉키나.


 

 근 5년을 답답함으로 살아오던 나는 ‘스카페이스’를 읽고 드디어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 시원함을 느낀다.(아직 완전히 풀린건 아니지만ㅠㅠ) 표지를 보고 떠올렸던 영화 속 장면들도 ‘하드보일드’적인 것이라고 한다. 나처럼 다소 음울하고 무겁고 거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도 분명 읽을만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스카페이스’라는 동명의 영화를 검색해보았다. 눈에 띄는 것은 ‘알 파치노’라는 이름이다. ‘여인의 향기’, ‘대부’ 등 굵직한 영화를 장식했던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이 책은 꼭 읽어야겠군 싶었다. 다만 두명의 작가가 쓴 두가지 소설이 한 책에 실리게 된 이유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동인지가 아니라면 굳이 함께 출판할 이유가 없지 않나 하고 말이다. 이 책에는 ‘아미티지 트레일‘의 ’스카페이스’와 호레이스 스텐리 맥코이의 ‘그들은 말을 쏘았다’가 함께 실려있다. 두 작품 모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스카페이스가 더 대중에게 알려진것 같다. 두 사람의 소설이 함께 실린 것은 모두 ‘하드보일드’의 한 획을 그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를 연발하며 증오심만을 표출하는 여자와 1000시간 남짓을 쉬지않고 춤춰야하는 댄스 마라톤에 참가한다면 나는 곧 그곳을 박차고 나오던가 여자와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워서라도 결판을 내던가 아니면 그 입을 재봉틀로 박아버렸을것 같다. 글로리아와 함께 있었던 로버트는 계속해서 참을 인을 새겨넣지만 글로리아를 죽이고 만다. 그런데 이건 ‘살인’이라고 하기가 껄끄럽다. 그녀가 ‘죽여달라’고 그에게 부탁했고 그는 이것이 죽고싶어 안달이 난 글로리아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일것 같지만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댄스 마라톤 대회의 모습을 더 많이 그리고 있다. 요건 정말 영화로 꼭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실제로 이런 경연대회가 미국에 있었고, 경제 공황 때 거렁뱅이가 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얼굴의 흉터 때문에 ‘스카페이스’라는 별명을 가진 토니는 전설적인 갱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카페이스’에는 금주법이 있던 시대에 몰래 술 거래를 하는 갱단과 비리형사 등이 등장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왠지 ‘대부’를 떠올렸는데 조직이 등장하는 것 말고도 '알 파치노’라는 공통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두 작품 모두 영화화 되었다고 하는데 역시나 읽는 내내 장면들이 눈으로 그려지고 귀로 들려오는 것 같아서 더욱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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