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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전
쓰카 고헤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쓰카 고헤이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얼마전 ‘가마타 행진곡’을 꽤 재미있게 읽은 후 이 책도 고민 않고 골랐다. 젊은이들의 학생운동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옛날 일본의 젊은이, 사랑이야기, 투쟁’이라고 하면 왠지 영화 ‘박치기’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서는 조선인 학생들과 일본인 학생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는 다르지만 책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과거를 시각적으로 상상하기 쉬워졌다.
일본 소설은 통통튀는 가벼운 맛이 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창 일본 소설 읽기에 열중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 또한 대학생일 때에 무료한 지하철에서 일본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떼웠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일본소설이라고 하면 가볍게 읽기 좋은 것이라고 못박고 있었다. 국내에서 상영된 일본영화(인디영화라고 하는 몇몇 영화)를 보고난 후 미개봉 작품도 찾아서 보고나서 소설도 좀 더 다양하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문학인들이 꽤 있다. 도서관에 가서 책들을 죽- 구경하다가 일본 문학의 대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읽고 한편으로는 몹시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분했다. 특히 출생하여 활동했던 시기가 1910~1940년 전후라면 더욱 그랬다. 조선인들을 착취하여 일본은 수많은 예술적 엘리트를 양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이다. 그런 양가감정을 가지고 한 두작품인가 읽어보니 여태껏 만났던 일본 소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어느면에서는 고리타분하지만 무게감이 있달까. 이것은 비단 일본소설 뿐 아니라 한국소설도 가볍고 무거움이 함께 있는 것인데 나는 일본소설은 무조건 가볍다고 생각해온 것이다.
쓰카 고헤이의 본명은 김봉웅으로 재일교포로는 처음 일본의 나오키상을 수상하여 지금까지도 일본 예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자세한 작가 프로필 http://cafe.naver.com/novelmine/1337) 재일교포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간혹 그의 작품에 한국인이 등장하는 것 뿐 대체로 찾아볼 수 없는게 특징이다. 그의 소설은 요즘 유행하는 일본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내 느낌으로는 약간은 신파극 같은 요소를 끼고 음침하고 차갑지만 뜨듯하기도 한 소설을 쓰는 것 같다. ‘가마타 행진곡’을 읽으면서 살짝 그 맛을 보았다면 이번 ‘비룡전’에서는 그의 다른 면모를 본듯하다.
한국의 학생운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내가 일본의 그것을 알기는 힘들것이다. 아주 어릴적에는 ‘학생운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몹시 지루했다. 그러다가 대학에 갔고, 그 전까지 지루하게 들었던 ‘대학생의 학생운동‘이 이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 후, 어쩌면 지금도 또다른 학생 운동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이 책에는 그런 주제를 큰 배경삼아 ’혁명‘이라는 표를 들고 몸과 마음을 던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게 분명하다. 하지만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지지고 볶고, 폭발하고, 가라앉고, 울고 웃기를 반복하는 소설을 원한다면 한번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