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책을 읽는 몇시간 동안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이언 매큐언은 요즘 한창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얻고 있는 영화 '어톤먼트(소설명 '속죄')'의 원작자이다. 한 작품이 영화화되어 호평을 받고 있을 때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는 독자로서 이 책 또한 영화화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 필연적인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것인지 물음표를 던져본다. 어느쪽이든 이언 매큐언은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글을 잘 써내는 작가임에 틀림없는것 같다.

 

 부커 상이라고 하면 나는 '존 쿳시'를 먼저 떠올린다. '추락'을 읽었을 때의 강렬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커 상을 받은 책이라는 말에 비슷한 분위기의 책일거라 짐작하며 얼른 소설을 읽기로 했었다. 

 

 몰리는 '보그'에서 일하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녀를 신봉하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몰리가 죽은 후 장례식에는 그녀를 사랑했던 정부들이 모인다. 유명한 작곡가인 클라이브와 '더 저지'의 편집국장 버넌 그리고 외무장관 가머니가 그들이다. 몰리의 재벌 남편 조지는 몰리가 찍은 가머니의 낯뜨거운 사진을 버넌에게 넘겨주며 신문에 공개하도록 한다. 이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버넌과 그것을 반대하는 클라이브 사이에 생긴 작은 다툼이 두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어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 사이에 증오가 자리잡는다. 둘은 누군가가 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일이 엉킨 것을 상대방의 책임으로 몰아가며 또 다른 덫을 만든다.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에게 배신감을 느낀 후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지고 유치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책 속에 등장한 가머니의 사진 공개를 읽고 얼마전 한국에서 터졌던 모 일간지의 누드파문이 생각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도 극적 장치로 이용된 소재가 현실에서 발생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이 책 또한 부커 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여운을 주는 이언 매큐언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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