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새벽과 닮아있다.

 아직 어둑어둑하여 몇미터 앞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는 새벽4시에서 5시만 되어도 밝은편이다. 겨울이 되면 6시가 훨씬 넘어야 해가 뜨고 시야가 밝아진다. 그시간에 집을 나서면 꿈을 꾸는듯한 느낌이 든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만큼 몽롱해지는 새벽. 공기는 눅눅하고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아닌 상태. 하루에 한번 다시 태어나는 듯 둘러보아도 고요한 도시의 새벽. 걷다보면 지난밤 취객들이 쏟아낸 토사물과 아직 치우지 않은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유흥객들은 여태 비틀거리며 허리를 부여잡고 흔들거린다. 첫차를 타고 가만히 둘러보면 다들 큼지막한 가방 하나씩을 들고 있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사람들. 아직 고요한 이 시간에 그들은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사흘동안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을 저 한 문장으로 책의 맨 앞장에 적어두었다. 엄마와 장을 보러갔다가 난데없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당한 남매는 약 일주일의 시간을 남겨두고 죽음을 기다린다. 사방은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있고 빛이라고는 구석 스탠드의 노란불빛 뿐. 대소변도 화장실로부터 흐르는 구정물에 대고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몸집이 작은 남동생은 구정물에 몸을 담그고 작은 하수구멍을 통해 옆방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여자가 한명씩 들어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른채 납치되어온 상태. 하루에 한 사람씩 로테이션으로 살해된다. 비워진 방은 말끔하게 청소한 후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진다. 남은 시간은 하루씩 줄어든다. 납치범의 손에 죽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 소년과 소녀는 꽤를 부린다. 소년은 몸을 숨겨 누나가 납치범을 속이고 있을 때 탈출한다. 손목부터 잘려나가는 누나의 모습이 소년이 본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다.

 ZOO는 공포소설일까. 무엇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다른 잔혹한 이야기로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드는 이 소설. 여기에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어두운 잔혹성과 가장 밝은 내면이 모순되게 녹아있다. 해가 뜨는 동시에 어둠도 존재하는 새벽. 서늘하지만 빛 때문에 따스한 신생아같은 모습의 새벽은 그래서 이 책과 닮아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표지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은 후 책의 표지가 책과 너무 닮아있어 섬뜩했다. 회색빛 도시의 새벽을 창살을 사이로 바라보는 나.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허구이며 동시에 우리 안에 갖힌 타인이라는 존재이다. 창살 밖에 있는 나는 몰래 그들을 훔쳐보면서 잔혹해서 눈을 돌리기도 하고 나의 내면에 있는 잔인함까지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 혼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다리 한쪽이 서늘해져서 집안의 문은 모두 닫아놓기도 했다. 나는 일본적 공포에 익숙하지 않다. 일본적인 공포는 너무나 잔인하고 이해를 뛰어넘는 장르이다. 그래서 읽는 도중에 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일본 작가의 시선이 사람을 향해 있는건지, 횟감으로 잡은 생선을 향해 있는건지 모를 정도로 헷갈린다. 하지만 이 책 ZOO는 일본소설의 잔혹성이 지닌 신선함(?)을 가지고 있지만 구역질 날 정도로 혐오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고 아픈 눈에 안약을 넣으면서까지 결말을 읽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짓은 나라면 절대로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각 줄거리마다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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