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레이브 스토리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리석은 쪽이 때로는 올바른 것보다 훨씬 강하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경우가 있어. 작은 마음, 구멍이 뚫린 마음, 텅 빈 고목나무 같은 마음에는 어리석은 것이 더 스며들기가 쉬운 거야.-153
며칠 전 집으로 오는 늦은 밤. "나 아무래도 돌인가봐. 띨띨한 정도가 화강암이야 화강암."이라고 말하는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 "왜 현무암보다는 낫네. 부으면 줄줄 새고, 부으면 줄줄 새고..."
그 말에 킥킥 웃고 말았지만 현무암 정도가 되기 전에 스스로를 다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참이었는데 책 속에서 트론이 말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계시인가(^^)
브레이브 스토리 2에서의 와타루는 전편보다 더 단단해졌다. 2권 초반까지만 해도 '이 자식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네'라고 우습게 봤지만 책을 덮을 때 쯤에는 나도 모르게 중학생 정도는 되어 보이는 와타루를 상상하고 있던 것이다. 내가 아주 자라버린 어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린 아이가 주인공인 영웅이야기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TV에 어린이가 주인공인 마법 드라마도 거뜬히 소화해내던 어른이었는데 이젠 무리다. 그런데 와타루는 친절하게도 나의 상상력 수준에 맞게 자라주고 있다. 단단하고 멋지게.
반지의 제왕이니 해리포터니 나니아 연대기니 하는 판타지물 영화라면 기다렸다는 듯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졸라서 보는 것이 바로 나다. 다른 영화라면 혼자서도 잘 보러다니지만 판타지는 역시 누군가 함께여야 재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브레이브 스토리는 함께 이야기할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은 책이다. 같은 작품을 만화화 한 것을 보지는 못했어도 만화를 본 사람, 원서로 본사람과도 충분히 즐겁게 신나하며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요즘들어 조금씩 '이 나이에 왠 판타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걱정을 말끔히 잊게 해주는 책의 재미도 감사할 따름이다. 길가다가 아이들을 붙잡고 '나 브레이브 스토리 읽는다'며 말을 걸고 싶을 정도이니까...(본인 그다지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함에도..)
1권에서는 와타루와 미쓰루의 어두운 가정사, 사회의 얼룩진면이 보여졌다면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판타지 세계인 비전으로 가서 펼쳐지는 모험담들이 시작된다. 특히나 등장인물들이 독특하다는 것도 재미있다.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을 잊지 못하는 나에게 오크족 엘프족 등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종족 캐릭터가 그러하다. 도마뱀 키키마를 비롯한 수인족과 인간의 형상을 한 앙카족 등등.. 브레이브 스토리에 대해 검색을 하다보면 애니메이션을 캡쳐한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상상했던 키키마와 그림으로 그려진 키키마가 전혀 닮지 않아서 놀라기도 했다. 책 속에 나오는 여신님은 나니아 연대기 속의 차갑고 예쁜 여왕님 처럼 생겼을까...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물론 '사가'라든가 하는 이름만 겨우 들어본 게임 내용 같은 것이 나오면 세대 차이를 느끼며 건너뛰며 읽게 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읽는 내내 즐겁다. 용감한 아이가 된 기분이랄까. 이제 미쓰루와도 만났으니 3편에서는 두 훈남의 브레이브 스토리가 펼쳐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