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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판타지 소설이라면 국내에 한창 붐이 일었을 때 '드래곤 라자'를 본 것이 최대의 독서였지 싶다. 그 후로 해리포터 등의 작품도 영화로만 접했으니 나와 판타지는 그리 가깝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로 보는 것은 정말 좋아했다) 인간이라는 일종의 동물(?)로 태어나서 가지는 각종 마법 중에서 어른이 될수록 빼앗기는 것 중에 하나가 '상상력'이 아닌가 싶다. 나의 상상력도 점점 깎이고 깎여서 이제는 판타지를 문자로 읽는 것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느낌이 오는 것이다. 그 점은 상당히 아쉽다. 분명 나도 어린시절에는 작은 단어 하나에 소스라치며 놀라고 기뻐했던 경험을 했기에...
미야베 미유키
일본소설을 즐겨 읽는다고는 해도 소수 작가를 편독했기 때문에 사실 이전부터 미야베 미유키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작품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적잖이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건 작가의 팬으로서가 아니라 유명세에 대한 호기심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도입부에서 약간 실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브레이브 스토리 1
브레이브 스토리는 초등학교 5학년생인 와타루와 그의 친구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또래보다 성숙하다 할 수 있는 와타루는 어느면에서는 판타지적인 것은 그저 게임 속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면에서는 아직도 그 판타지를 믿고 있는 요즘의 아이들과 닮아있다. 어느날 와타루는 마을의 신사 귀퉁이에 있는 짓다만 건물의 괴담을 듣게 되고 그것을 확인해보려고 들어갔다가 만나는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판타지 소설'의 요소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한 평범한 아이가 마법의 힘을 타고 나서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 갖가지 모험을 하게 된다는 영웅적인 소설들과 비교하면 이 책은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 이를테면 맛있는 간식, 친구들, 불량학생, 학교, 여름방학 등등... 그리고 여기에서는 지금의 일본사회(우리사회도 반영하겠지만)도 반영하고 있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이혼과 거기서 오는 어른들의 갈등, 그밖의 사회 문제들을 아이들과 연결지어서 이런 문제들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서 지난 순간을 다른 방향으로 돌이킬 수 있다고 해도 분명 불행한 일은 불행할 것이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계는 아직 행복해질 가능성이 있는 그곳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어른이 된 나는 판타지에서만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던 '좋은 것'들에게서도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슬펐다.
충분히 아이답고, 충분히 어른스러운 와타루는 영웅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인간스러워서 더욱 정이 간다. 가족의 운명을 바꾸어 줄 기대를 안고 '비전'으로 가는 문에 들어선 와타루의 다음 여행이 궁금해진다.
미야하라처럼 평판이 좋고, 가 짱처럼 재미있는 친구라면 좋을텐데. 하지만 그런 친구가 있을 리 없다. 손님으로 가득한데다 시끄럽기까지 하지만 놀이기구 타는 데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도쿄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 있을 리 없다.-97
깨끗한 걸 좋아하는 어머니가 청소를 한 바닥과 벽을, 아주머니가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청소를 하면 안 되지 하며 자기 마음대로 더러운 걸레를 가지고 닦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99
없는 것도 있다고 말하면 있는 거야. 있는 것도 없다고 말하면 없는 게 되고. 너는 너의 중심이며, 너는 세계의 중심이니까.-108
노력은 보수를 얻기 위해 하는 게 아니야.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거지.-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