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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평점 :
김앤장의 불문종결(不問終結)을 막아라!
이 책은 소설책에 버금가는 책이다. 가독성 말이다. 또한 추리소설을 방불케 한다. 대형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문서가 이럴 수 있을까, 르포와 고발서가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여지없이 독자를 빨아들인다.
김앤장의 치부를 낱낱이(?, 빙산의 일각?) 드러내는 이 책을 접하다보니 2005년 박영선 의원, 심상정 의원, 김현미 의원이 삼성의 금산법 위반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며 조사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결국 삼성의 협박과 회유책으로 또 다른 국회의원들의 방해로 박영선 의원마저 굴복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던 일이라 통탄 그 자체였다.
삼성과 김앤장. 이 두 기업(이 책에도 김앤장을 기업이라 했다) 가운데 어느 기업 더 깊숙하고 흉물스런 치부를 갖고 있을까? 이 두 기업 중 어느 기업이 국가의 근간(根幹)까지 뒤흔들 위력을 갖고 있을까? 심지어 이 나라의 정체성과 주체성, 그리고 역사성과 국민의 기본권조차 흔들어 놓을 기업이 누구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이나 김앤장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불법천국, 비자금, 조작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한 나라의 미래를 보았을 때, 또 한 나라 국민의 살 권리와 주권을 생각했을 때, 이 나라를 이끌어갈 주체를 생각했을 때 김앤장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은 실로 심각 그 이상의 수준이라 할 것이다.
바로 김앤장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국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 대형 경제사범이나 기업 인수합병, 해외매각 사건, 구조조정 사건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89쪽)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의 민영화 작업, 국세청과 기업 간의 소송, 공정위와 기업 간의 소송 사건 중심에 김앤장이 기업 편에 서서 변호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기업 편에 서서 불법을 부추기고, 부도덕을 강요하고, 매국행위를 자본주의 혹은 자유국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대가를 위해서 이렇게 혈안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일까? 쉽다. 바로 돈이다. 그냥 돈이 아닌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뭉칫돈이 그들 주머니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들 김앤장에게는 사람 위에 사람이 아닌 돈만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일로부터 2년간 재직중 업무와 관련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을 퇴직한 그 순간 김앤장 고문으로 직행되고 있다. 실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갖고 있는 정부기관의 정보가 김앤장의 의뢰인인 기업의 변호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로펌의 근무자가 다시 공직에 취업하고, 퇴직 후 다시 로펌에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도 인맥을 구축하고 사적 이익을 관철시키는 핵심 고리 중 하나다.’(63쪽)라고 지적해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려 하고 있다.
대표 사례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정위와 마이크로소프트 사와의 공방이다. 이 논란의 중심에 있던 공정거래위원회 서동원 상임위원(1급 상당)은 2006년 5월 31일 퇴직 후 2006년 9월 25일자로 김앤자 법률사무소의 상임고문으로 취업했다. 서 위원을 공정위 재임 중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의 주심을 맡아 2006년 2월 24일에 324억 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장본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과징금을 부과한 의결일이 2006년 2월 24일이고, 퇴직한 날이 같은 해 5월 31일, 김앤장에 취업한 날이 9월 25일인 것이다. 이때는 공정위의 결정에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었고, 김앤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대리인이었던 것이다. 공정위 상임위원으로서 주심을 맡아 과징금을 부과하고는, 곧바로 퇴직해서 과징금 부과 불복 소송을 진행하던 김앤장에 들어간 것이다.’(107쪽)
뭉칫돈 벌이라면 가리지 않는 김앤장의 또 다른 사례이다. ‘민영화의 취지는 공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고 민간에 맡겨서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는 독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민간 독점으로 귀결된다. 공기업이 민간 자본의 이익을 위한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김앤장이 정부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관여할 때 누구의 이익을 위해 논리를 만들겠는가. 당연히 재벌과 국제 투기자본이다. 이들의 이익을 위해 김앤장은 정부에 법률자문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돈을 버는 것이다.’(124쪽)
‘김앤장을 투기자본의 첨병이라고 하고, 국가 권력가 거대 사익을 매개하면서 가난한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부도덕한 법률가 집단이라 말한다.’(17쪽)라고 하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님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우리의 국세청은 ‘납세자의 날’에 성실 납세자로 표창까지 했다고 한다. 왜 이들에게 성실 납세자 표창을 했을까? 회전문 인사가 만들어낸 걸작의 완결편인 이 대목을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납세자의 날’에 표창을 받은 법인 혹은 개인들에게는 수상일로부터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준다. 김앤장은 제도가 시행된 지난 8년간, 네 번의 성실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2년마다 세무조사가 유예되고 있으니 사실상 조사 면제라고 할 수 있다.’(117쪽) 어떤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짜의 최고봉을 보여 주는 국세청과 김앤장의 끈끈한 관계를 이렇게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임에도 무엇이 구린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그 흔한 간판하나 없다는 것이 의문스러울 뿐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는 그 흔한 간판 하나 안내판조차 없다. 내부자가 아니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김앤장은 대단한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실체가 잡히지 않는 존재로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다.’(19쪽) 구멍가게조차 내거는 간판이 없다는 것을 보면 그들이 벌이는 모든 일들이 흉물스럽고 음탕한 거래이고 거대한 범죄적 수임들이 그 속에 쌓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범죄자들이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는 심리처럼 말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면죄부의 사용기한은 과연 없는 것인가? 막강한 권력구조를 와해시키고 무능화시킬 방도는 없는 것인가? 법이 바로 설 수 있는 기회는 진정 오지 않는단 말인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을 저자들이 이 책 끝에 거론한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돈으로 역사를 삼으려 하는 김앤장 설 자리를 더 이상 만들어 주면 안 될 것이다. 돈으로 역사를 삼으려 하는 자들에게 준엄한 단죄가 있어야 법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김앤장은 임종인 의원, 장화식 위원장이 말한 ‘김앤장이 추구하는 ‘고객의 이익’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말하는 것일까? 능력과 수단을 겸비한 법률 기업이 강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면 공동체의 질서는 대체 어떻게 될까? 과연 법률은 무엇이고,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68쪽)를 씹고 또 되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 시대,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다가올 시대에 범죄자로 낙인찍히지 않을 것이다. 법적 정의가 살아있고, 사회 질서와 도덕이 살아있고, 한 나라의 든든한 뿌리가 살아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인(忍)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 국민이 갖고 있는 인의 한계, 관리감독하는 시민단체의 인의 한계, 그리고 끊임없이 끄집어내려 하는 아웃사이더(중앙일간지 조중동이 찌라시라고 부르는) 매체들의 인의 한계가 힘 받을 날이 분명 있다. 그리고 온다. 그 인의 한계가 폭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시대의 마지막 성역을 건드려 준 임종인 의원, 장화식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