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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주위 추천으로 읽은 책 중 하나입니다. 자수성가한 부자 100인의 돈버는 방법을 다룬 이 책은 미국의 부자를 다룬 '이웃집 백만장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입니다. 미국판이 통계와 인터뷰를 위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부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돈을 벌었고, 그 돈을 관리하며 또한 집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여줍니다. 편집이 깔끔하고 사례 위주로 되어 있어 이웃집 가정사를 보는 듯 쉽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그 편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참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부자들이 월세는 칼같이 받고 자기가 낼 돈은 늦게 내면서 그것을 원칙이라 얘기하는 대목에서 저자가 '그러나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p.85)','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p.99)', '부자들에게도 친척과 친구가 가장 두려운 현실이다(p.245)'라고 언급하는 대목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또 맞벌이 부부를 찬양하면서도, 돈을 번 후에는 맞벌이 부부의 자식은 버릇이 없어서 같이 못 논다고 얘기하는 부자들이나 어떤 부자는 예의 바르고 품위 있게 커야 하기 때문에 서민층 아이와 어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p. 294)도 책 속에서 보입니다. 저자 역시 이 대목에서 '돈이 없는 것은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가?'(p.296)이라고 되뇌입니다. 결국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로 의미심장하게 끝납니다.
이 책을 읽은 저는 부자도, 도덕군자도 아닙니다. 다만 한달 벌어 한달 사는, 월급 받는 한 남자의 아내입니다. 구조조정이다 인사발령이다, 말이 나올 때마다 남편의 어깨는 무겁게 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의 경제란을 읽으면서 '요즘 맞벌이에 투잡스가 기본이래, 저축이 60%는 해야 80세까지 먹고 산데.'라면서 애기하도 하고, '한국의 부자들'을 읽은 날은 책 속의 씁쓸함에 대해 그와 한참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 나라의 사회상은 아주 잘 읽었습니다. 마음에 손을 얹고 '부끄럽지 않니?'라는 단순한 양심의 기준을 가진 저를 반발하게 하여도. 한국의 부자들에게 나타나는 부지런함과 검소함, 같은 긍정적인 덕목은 꼭 배우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다만 모은 돈을 이웃과 나누며 공존하는 삶을 가진 부자 100명을 다룬 책이 멀지 않은 미래에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