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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등사
다와다 요코 지음, 남상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재난이란 폭력에 인간이란 물음을 던진다.
3.11 동일본 대지진
2011년 그 후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남아 끊임없는 공포가 된다.
'지진'이란 단어가
우리에게도 '공포'가 되어 삶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에는 교과서 속 관동대지진만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당시 혼란스러움과 공포 속에
학살당한 조선인이 수십만 명이었다는 기록.
그렇게 그저 역사 속 한순간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역시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한순간 일어났던.
화면 속으로 만 전달되는 '타인의 일'로 느껴졌다.
잠시나마 후쿠시마 원자로 가
폭파 가능 성이 있다. 대량의 방사능이 노출되었다.
뉴스 속의 경고가 그저 일본으로 가면 안 되는구나, 일본산은 쓰지 말아야겠다 정도의 인식만
주었다.
일본 이란 나라는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먼~,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지진이라는
재앙이 현실이 된 것은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다.
흔들리는 건물, 무너지는
외벽, 쏟아지는 물건들, 화면으로 만나는 지진의 참상은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보다 깊고 진한 두려움의 색으로 다가왔다.
위태하게 버티고 선 건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한때 보금자리였던 공간.
그렇게 소유하고 싶어 인생을 바쳤던 삶의 공간이 한순간 사라진다는 것은
지나온 생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듯했다.
다와다 요코의 소설 헌등사는 그런 공포 속에 일본을 그렸다.
아니 일본인을
담아냈다.
재앙 속에서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은 '인간' 그 자체다.
죽음의 땅, 순식간에 변해 버린 환경.
예측할 수 없는 삶. 그
무엇도 단정할 순 없다.
그저 버티고 또 버텨내며 그렇게 살아간다.
살아있다는 것 하나가
'의미'가 되어.
아스라이 사라지는 희망일지라도 붙잡고서.
죽지 않음에 건강하다는 것에
'다행'이라 여기며.
병든 아이들 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르는 삶을
섬이라는 장막 속에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