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
성립 지음 / 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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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연필을 쥐고 사각사각, 순식간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보면 마법사처럼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조각을 하거나. 어떤 분야든 작업하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부리는 마법이 현실에서 얼마나 멋지게 나타날까 하는 기대,
내가 상상한 그 이상의 멋진 결과를 보며 받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사 삶의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그림은 다 같은 그림일 뿐이었다.
드로잉과 작품은 무엇인지. 습작이란 것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는 '드로잉'이란 것에 집중한다.
드로잉이 가지는 의미를 잘 모르는 나에겐 그냥 미술 아니까 싶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첫걸음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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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의 에세이 속 드로잉 작품을 보면서 '선'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내가 만드는 선은 의미를 담지 못하고 흩어진 '선'일 뿐인데.
작가에게 '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도구라는 게 너무 신기하다.
선이 모여 세상을 만들고, 선이 모여 마음을 그린다.
짧고 길고, 진하고 옅은 선. 굵기도 했다가 가늘기도 한 선이 부리는 마법 속에서
사람은 세상에 어떻게든 존재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글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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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 작가 역시 '선'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그려 넣고 있다.
선이 생각이 되고, 선이 마음이 되어. 하나의 세상을 세상 속에 만들어 넣는 것.

연필을 쥐고 있는 오른손이 부리는 마법은 마치 신이 세상을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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