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
다니에 꼬르네호 글.그림 / 쿵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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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았음을 배웠다.
저자인 다니엘 꼬르네호가 살아온 세상,
그리고 내가 살아온 세상.
같지만 너무나 달랐다.

그의 짧은 글 속에 담긴 묵직함 들이
번개가 되어 내가 살아왔던 세상을 깬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제목이 이 책의 요약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 <번개>"
이 이상 이 책을 정의하기란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소화하고 담아내야 할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결국 그의 글에 내 생각을 담아 보기로 했다.
공감이 되는 수많은 페이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페이지.
짧게 요약한 이야기 속에 형형할 수 없는 통찰.
그의 이야기 속에 내 경험, 내 시간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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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시간을 돈으로 교환할 수 있지만
돈을 삶의 시간으로 교환할 수 없어.

돈과 삶의 상관관계,
언제나 내 시간을 돈으로 교환한다. 내가 가진 가치보다 더 저렴한 가치의 돈으로.
하지만 돈을 삶의 시간으로 교환할 순 없다. 시간으로 교환하기에는 돈이 너무 없기에.
'부자'라는 말은 돈을 삶의 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 같다.

성취감이 삶을 되찾아 준다고 썼다.
추구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취감이라며.
일속에서 성취감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미 일의 부정의를 알아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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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시키는 대로 하고
노예도 시키는 대로 하고
로봇도 시키는 대로 하고

평범한 사람도 시키는 대로 하지.

그래, 난 내 의지를 가지고 내 선택으로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행동이 그들이 시키는 것들이었다니!!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촘촘하고 넓게 펼쳐진 그물을?
깨어나라, 생각하라, 아무리 되뇌어도.

비밀을 알아차려도, 사회 구조라는 힘 앞에
초라해짐을 느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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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공약은 잊으세요.
제가 제일 귀여우니까 저를 뽑으시면 됩니다.

지난 8년 남짓이란 시간.
귀여워서 뽑았던 정치인들이 만들어온 세상은 정말 엄청났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기에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탄핵 그 후 꼭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점차 잊히는 그날의 기억, 그날의 분노, 그날의 의미!!
우리가 감시해야 함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번개로 새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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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잘 알아.
나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아주 배가 고프거든...

배가 고프면 빵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남긴 사람이 있었다.
결국 단두대 위에 올라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면 빵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운이 나빠 단두대에 오를까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침에 일어나서 배가 고픈 것과
종일 배고픔에 시달리는 것의 차이를 과연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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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한다지만,
그 실수 덕분에 이익을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
평화를 원하지만 전쟁 물자를 준비하고 세계에 무기를 팔고 있다.
평화는 전쟁만큼 돈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말.
이보다 멋진 말은 없을 것 같다.
지구상 그 어딘가에 일어나던 전쟁이 끝난다면,
그땐 한반도에서 다시 한 번 전쟁이 발발하게 될 것만 같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 다른 곳의 평화가 늦춰졌으면 하는 마음.
나 역시 괴물이라 생각했던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되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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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우리는 사람들을 먹이로 해서 경제를 살리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감추었던 말.
'경제성장'이란 말속에 담긴 뜻.
우린 누구를 위하여 일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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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최고의 미덕인 세상에서
소비가 최고의 미덕인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나도 상품이니까 가는 걸지도 몰라'이 말이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소비의 시대에는 '상품'이 최고의 미덕임을 이미 알고 있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나'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
'상품'이란 것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난' 사라진다.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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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이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이는 위험한 혁명분자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 하나가 떠올랐다.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
모두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웃음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찾아 주고 싶었다.
아니 내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웃으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했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 사회복지사란 말, 그 뜻 속에도 여러 가지 방향이 있다는 것을 배워가며
웃음을 잃어 갔다. 다른 길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결국 남들처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진짜 문제를 외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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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붙인 종이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생각을 어지럽게 한다.
어쩌면 평생을 두고 고민해야 되는 일부터,
지금 당장 뭔가를 바꿔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까지.
정리되지 못한 생각만큼, 정리되지 못한 글이 되었다.
'번개'라는 말에 담긴 뜻을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세상을 깨는 도끼라는 말을 했는데.
어쩌면 그보다 더한 충격을 주고서라도 깨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세상에 번개만큼 강력하고 충격적인 것은 또 없으므로.

책이 번개가 되어 내려친다.
그동안 알았던 세상을 처참히 부셨고 태웠다.
수 십 조각으로 깨어진 파편은 정리되지 못하고 세상을 부유한다.

앞으로의 삶은
조각난 파편들을 하나하나 꿰어 맞춰가는 생이 될 것 같다.
깨진 세상이 다시 맞춰지는 날이 오면 난 잘 살아왔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먼 훗날 누군가 물어본다면,
어렸던 어느 날 번개를 만나 삶이 바뀌었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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