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릇 (50만 부 기념 에디션) -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김윤나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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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 그릇
우선 이 책은 "말"에 대한 실용서 이자 철학서다.
자기 계발서로 분류된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철 지난 소리 같기도 하고, 저자들의 공허한 메아리 같기도 해서
차라리 철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찾았다.

말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말 그릇>은
기술이 아닌 본질에 가깝게 다가간 기본서를 발견한 느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을 잘 하기 위해선 그 말을 담은 그릇
'나'자신을 먼저 다듬어야 한다.

말을 하는 사람은 결국 '나'다.
책에서 하는 핵 심도 말의 그릇인 '나'의 본질을 먼저 알아야만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것 살아오면서 '말'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말 주변이 좋아서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과 편안하게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괜히 초라해지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고, 그럴수록 부러움은 커져만 갔다.

책을 읽으면서 학부생 때의 기억이 많이 났다.
정신없이 수업을 듣던 그때, 자격증 취득을 위해선 필수 이수 과목이었고, 다른 수업에 비해 유독 과제가 많아 힘들었던 기억. 교재로 쓰이는 전공 책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소화하기도 전에 시험을 봐야 했고,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들로 발표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했던 그 기억들이 이제 와서 떠오른다.
말은 당신을 드러낸다.
필요한 말을 제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이 나를 알게 해준다.
말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한다.
내가 다듬어지지 않으면, 내 안에서 나오는 말 역시 거칠다.
거친말이 관계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어 결국 '나'를 힘들게 한다.

약간 촌스러울지 몰라도 결코 경박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안정되어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끌리는 말의 정의를 읽는데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이 함께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태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책을 읽어도, 어떤 방송을 보고, 라디오를 들어도 결국 '멋지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엔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로 바꿔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람은 딱 자신의 경험만큼 조언해준다.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것은 사실 그들의 말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대답을 함게 찾아보는 대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말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평소의 말하기 습관을 돌아본다.
가만 생각하면 잘 듣다가도 꼭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 깊이 생각하면 아마도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른 대화로 넘어가고 싶었던 마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왜 그럴까 싶은 마음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겐 별거 아닌 일이었기에.
별거 아닌 것은 그냥 넘어가도 더 중요한 것에 힘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마음이
말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말은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다.
따라서 당신의 말 그릇을 살핀다는 것은
말속에 숨어 잇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말 한마디에 아찔했던 순간들.
별거 아닌 일에 쏟아 냈던 말에 상처를 주고 후회했던 날들.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져야 하는데 실수하는 말들은 늘어만 나고
늘어나는 말 만큼 후회하는 날들도 많아지게 되는 악순환...

그래서 알고 싶었다.
더는 상처 주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편안하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꾸 마음과 다르게 말하게 된다는 것은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내 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마주하는 시간.
여러 날 밤을 보내면서 보듬어 본다.
내가 나를 위로한다.
그랬었구나. 그랬구나. 아파했고, 상처받았고,
응원과 용기가 필요했고, 위로를 받고 싶었구나.
그리고 '인정'받고 싶었구나. 나도...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알아차리는가?
나는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할 때 나는 어떻게 자기 진정을 하는가?
나는 감정에 알맞은 말을 사용해서 표현할 줄 아는가?

돌아보니 감정에 무딘 사람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알고 있는 게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구분하지 못했던 날도 많다.
그냥 참는 것에 너무 익숙했었다.
때론 울고, 때론 웃고, 때론 화도 내고, 때론 우울하기도 하고, 때론 외롭기도 해야 했는데.
그런 감정들을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고 했어야 했는데.
아직 난 내 마음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이제서야 하나하나 알아간다.

차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같이 풀어야 할 '과제'로 바라볼 때
당신의 말 그릇은 흔들리지 않는다.

말 그릇이란 결국 '나'라는 '자아'다.
존재의 의미. 나를 생각하는 시간.
나를 이해하면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애쓰지 않아도. 그 마음이 보인다.
그 마음이 보이면 나와 떨어질 수 있고,
그제서야 흔들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

서른의 끝.. 이제서야 조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듣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
필요한 내용만 최소한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말이 적당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긴 말이라도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만 듣게 된다면
그 말의 요점과 핵심은 놓치게 된다.
긴~ 말속에서 결국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경험들이 생각난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
그래서 결국 내 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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