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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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 히가시노 게이고

가을...
높은 하늘은 푸르다.
흘러가는 구름은 고요하다.
떨어지는 낙엽은 외롭다.
피어나는 국화는 무겁다.
조용하던 벌은 요란하다.

벌집을 건 디는 순간
가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목숨을 위협하는 전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을 찍어내는 공장 같다.
그를 알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몇 권이나 되는 소설을 읽었는지 셀 수 없다.
일 년에 2권 이상은 출간하고 번역되는 것 같은 기분...
다작의 달인이라고 할까?

한국에 번역된 올해 마지막 소설이길 바라는 <천공의 벌>!

내가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벼움이다.
한없이 가벼워서 판타지나 무협소설을 읽듯이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속도감이 좋다.
많은 걸 담으려 하지 않고 가볍게 한 번에 하나씩만 담아낸다.
거기다 추리? 서스펜스? 스릴러? 의 장르적 요소를 더해 재미를 준다.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질문으로 많은 생각을 남겨버린다.

읽을 때는 한없이 가벼웠으나 읽고 난 후에는 너무 무거워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짓 눌릴 것 같은 압박감이 드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이랄까?
가끔 생각해 보면 나만 괜히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은 재미있었다. 좋았다. 즐거웠다. 편했다. 이런 평들이 많으니까...
그 뒤로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천공의 벌>은 원전에 관한 이야기다.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나라 일본...
한 번 일어난 사고는 재앙이 되어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생각들이 있었고,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원전 정책 때문에 이 소설을 쓴 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아직까지도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으며, 대부분을 우리나라가 수입한다고 하는 뉴스를 접했을 때의 충격,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역으로 한반도로 흘러들어온다는 보도에 얼마나 놀랐는지...
그때 일본의 원전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원전 또한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일본보다 더 높은 원자력 의존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 보다 더 안전불감증에 걸려 조작이 판을 치니 감히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 할 수 없는 원전을 가진 우리기에 더 많은 관심이 갔고, 마음이 무거웠다.

<천공의 벌>의 내용은 간단하다.
누군가 군사용 헬기를 납치해 원전 위에서 협박하는 것.
언제나 그렇듯 결말은 다시 일상이지만... 바라는 것은 경각심이다.

재앙은 아무리 대비를 해도 일어나기에 재앙이고, 인간은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완벽할 수 없는 존재기에 어디선가 생각지도 못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재앙은 우리 모두의 일이기에 숨기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공개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소설 속의 세상이 현실과 너무 닮아, 우리 현실을 보는 것 같다.
관료제의 구조, 문제의 축소, 아무 문제없다는 발표, 자신감...
책임은 회피하라 있는 정부,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많은 것들...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원전과 소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도무지 정리할 수 없다...
혼란스러움... 아무래도 장염이라는 녀석 때문에 아픔을 잊기 위해 무작정 읽어버린 탓이다.
생각하기 싫어서 선택한 소설... 요 며칠 그동안 밀린 소설을 읽어낸 건 다행인데...
이렇게 뭔가 남길 수 없다는 것이.. 아무래도 문자만 읽어버렸나 보다...

차근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시 펼쳐보진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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