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3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을 책으로 만난다.
다큐프라임은 6부작이지만 책으로는 3부작이다.
<멸종>, <짝짓기>에 의어 마지막은 <경계>다.

과학과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감상을 남겨야 할지 항상 고민이된다.
간단한 요약이라면 노트에 적혀 있고... 과학적 사실을 공부하자면 책을 다시 읽고 머릿속에 암기하지만
내 감상은... 어떻게 정리가 되질 않는다.

책을 읽기전엔 수 많은 궁굼증이 떠오른다.
<경계>역시 마찬가지다.  EBS 다큐프라임을 보고 나면 그저 대단하다는 감탄만 내뱉는다.
책을 읽고 나면 궁굼했던 것들중 일부는 해결되고, 일부는 더 심한 갈증으로 남는다.

생명은 어떻게 경계를 넘었을까?
경계란 무엇일까?
지금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정의만 내리자면 사전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지만...
내가 진짜 궁굼한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생명의 정의부터 의문이였다.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생명일까?
살아있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할까?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번식을 한다. 이 두가지가 생명의 필수 조건이라면...
아니 '뇌'라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면...

에너지의 정의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뇌는 무엇일까?

끝없이 질문들이 이어진다...
한 없이 넓혀가다 보면 어쩌면 우주 자체게 살아있는 생명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감상을 남기는게 너무 어렵다.

지구상에 생명의 시작을 약 40억년 전이라고 본다.
겨우 100여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에 비하면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이다.
지구탄생부터 아니 우주의 시작이라는 빅뱅부터 본다면 순간이라는 짧은 시간.
지구에는 '생명'이라는 놀라움이 등장한다.
이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감격? 감동? 우연? 혁명?
인간의 기준에선, 생명의 기준에선 척박했던 지구가 생명으로 가득찬 사건.
수십억년이란 시간이 필요 했고, 생물 종에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 사건.

첫 등장에서 아주 우연히 발생한 처음의 돌연변이
그로 부터 그어진 경계와 생명의 다양성

이번 책은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라는 부제가 붙었다.
경계에 몰린 생명들이 경계를 넘어서며, 진화의 압박을 받고, 성공적으로 살아 남았다.
그렇게 살아 남은 생명들이 지금 우리이기도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만들었다.

배제되었던 자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내지만, 그 세계가 그들만의 장소로 온전히 유지되지는 못한다. 지구의 어떤 생물이라도 홀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개척한 자리에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경쟁하며 먹고 먹히는 다른 생물들이 하나둘 씩 자리를 잡았다. 한때 불가능하게 보였던 경계를 뛰어 넘은 승리자들은 다시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생물종처럼 다시 경쟁의 줄달음질을 쳐야 한다. 영원한 승리자는 없다. 이들의 승리는 단호하게 일시적일 뿐이다. 언젠가는 지금 생태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역시 멸종하고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채워나갈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인 이유다.


생명 3부작을 읽으면서 진화에 대해 항상 궁굼 했다.
진화는 적응일까? 우연일까? 생명이 신비로운 이유는 알 수 없다는 불확실 성 때문이다.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것.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는 것.

환경이 먼저 변화고 거기에 맞춰 진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환경을 찾아 진화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어느 순간 사라 졌다.

진화에는 방향이 없다. 우연한 돌연변이가 있고, 살아 남거나 멸종할 뿐이다.

지구의 환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생명역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깨어 있다. 생명의 제 1의 목적. 생명유지.
삶을 위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번식이 최우선의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수 많은 비밀 중 우리는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왜 번식을 하고 개체수를 늘리게 되는 걸까?
생명의 목적은 무엇일까? 더 나아가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끝에 다다르면 하는 질문

나란 무엇인가?

지난 역사속에 생명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을 아닐까?

유전자라는 이상한 녀석에 의해 지금의 내가 있다.
까마득히 먼 어디에서 인가 시작된 유전자로부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유전자의 힘을 대단히 강력하다.
복제를 하더라도 유전자가 100%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사람만 하더라도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유전자가 전부 다르다는 것,
그 다양성 속에서도 비슷한 형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유전자에 있어서 다름은 무엇일까?

책을 덥고 나선 경계를 넘기 위한 유전자의 전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억년이란 시간 속에서 많은 생물종들이 등장 했다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의 지구가 되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는 진화에도 나름의 법칙이 있었던 것 같다.
비주류는 경계로 몰리고 경계로 몰리다 못한 생물종은 두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멸종하거나 경계를 넘거나.

경계를 넘는 다는 것은 종에 있어선 대단히 위험한 모험이다.
그동안 전혀 접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살아 남아야 된다는 것.
에너지를 얻는 방법, 숨쉬는 방법, 사냥하는 방법, 이동하는 방법.
살아남기 위해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벌여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졌고, 극히 일부만 살아 남았다.

이번 독서는 답을 얻기 위한 독서가 아니다.
까마득한 시간 속에 생명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보는 그런 독서였다.

작고 일시적인 승리를 이루어낸 생명에 대한 경의이자
이들에 대한 작은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

저자가 바란대로 경의와 위로를 얻는다.

인류는 지난 40억년의 시간 속에서도 없었던 독특한 변화다.
인간이란 특수성이 앞으로 어떤 지구를 만들어 갈지 그 누구고 알 수 없다.
인류탄생 이전에는 자연환경이라는 공통적인 변화에 대한 진화과정이 있었지만
인간이란 종의 탄생이후 현대에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가 더 큰 진화 압박을 주고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생명도 인간이란 환경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들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은 다른 생명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가지고 있다.
지구는 그전 처럼 지구라는 자연환경을 유지 할까?
아니면 인간이 지구에서 만들어낸 환경으로 인해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되고 답을 찾아야하는 문제다.

생물들은 인간의 도시와 인간의 농지와 인간의 초지,
인간의 바다, 인간의 강 어디에서도 삶을 허락받지 못하고
오직 '생물보호구역'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생물보호구역은 경계가 되었다.

넘을 수 없는 이 경계는 인간과 생물 모두에게 불행한 지금 이 시간에 대한
하나의 상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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