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낯선 바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6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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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쯤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김선영 작가의 청소년 성장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을 만나것은.
시간과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 속에 담아내서 감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의 2016년 신간 소설 <열흘간의 낯선 바람>은 "나"를 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소설속 주인공은 고1이지만... 이 소설은 SNS에 푹 빠진 대한민국 전체에게 보내는 우려와 처방이다.

트위터로부터 시작되어 페이스북을 거처 이젠 인스타그램의 시대.
짧은 단문의 세상에서 어느덧 사진의 세상으로 옮겨왔다.

사진 한장만으로 '나'를 표현하는 시대.
문제는 선택에 있는 것 아닐까?

"볼살이 빠진다면? 이마의 잔 머리칼을 조금 밀어낸다면?
그때부터 나는 포샵질을 멈출 수 없었다.
볼살을 조금씩 깎고 눈꺼풀을 조금, 아주 조금 들어 올리고
이마도 볼록하게 미간도 도도록하게 돋우었다.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볼살과 이마의 잔 머리칼만 손질해도 아우라가 달랐다.
이마와 광대 위에 돋기 시작한 여드름만 쓱쓱 없애버려도 피부미인이 되었다
얼굴이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묘한 쾌감이 일었다.

처음엔 장난 수준의 상상이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굼했다.
뭔가 달라지거나 변화가 생기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금의 내 얼굴로는 평생 맛볼 수 없는 반응일 거라는 생각에 그 유혹은
더욱 강렬했다."

사람의 기본 욕구? 욕망?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굳이 어려운 사회학저, 인지심리학적 이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어릴때나 지금을 생각하보더라도 쉽게 발견하게 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가까운 사람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고,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것에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살아가게 하는 또 하나의 힘.

" 나는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거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 나는 그 라인 속에서 숨을 쉬며 살고 있다."

소설속 주인공인 고1의 소녀 '송이든'
소녀가 SNS에 빠지게 된 이유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 된다.
현실에 비해서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SNS.

 현실보다 더 생동감 있게 살아 있었다.
현실은 그에 비하면 칙칙한 흑백의 평면 세계이다.
재미도 변화도 관심도 끌 수 없는.
'비물질화의 물질화'
인스타그램 속의 내가 딱 그랬다.

어느날 수정한 사진을 올렸고,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게되고,
그로 인해 푹 빠져버렸다. 밥먹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수십장의 사진을 찍고, 그중 한장을 골라 재창조라 불려도 될 만큼 수정을 해서 SNS에 올리고, 수많은 팔로워와, 좋아요에 중독된다.

 SNS속 사람들은 완전 다른 인류였다.
그들과 매 순간. 버릇처럼 좋아요 숫자를 카운터하고
사진아래 댓글에 따라 웃거나 울거나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런 SNS세상속의 소녀가 어느 날 충격을 받는다.
스스로는 알고 있다. SNS속의 '나'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기대를 품는다. SNS를 통해 다시 연결된 첫사랑, 짝사랑.
먼저 만나자는 연락에 기대를 하고, 고민을 하다 결국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저기, 혹시 ...

과연 그는 나를 알아 볼 수 있을까?
SNS속 여신 '초록마녀', 현실에선 '송이든'

 근데 누구 기다리니?
네?

기대가 무참히 깨지는 순간
그 짧은 시간 무수한 마음을, 감정의 파편을 담아낸 김선영작가가 대단하다.

 오늘의 만남이 있기까지 그렇게 다독거리고 설득하며 왔건만.
현실은 생각보다 모질고 냉정하다.

현실은 그렇다.
모질고, 냉정한 곳.
SNS는 그런면에서 현실은 아니다.
악플은 차단하면 그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결을 끊어버리면 그만,
아픔이 없다. 큰 고민도 없다.

그래서 일까?
해롭다는 걸 알지만, 자극적인 유혹에 결국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감정이 변한다.

 여행은 늘 그랬다.
떠나기 전까지는 귀찮고 막막한데
막상 가보면
그 이상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위한 엄마의 처방은 여행이다.
여행지는 아무 것도 없는 몽골의 고비 사막.

고비사막 출처 http://blog.naver.com/dodi_2910/50099247254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될지
어느 만큼 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리가 쓴 '시간의 축적'만큼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증명해줄 것이다.

사막에서 마주하게 되는 지구.
대자연 속에서 온전하게 '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
<열흘간의 낯선 바람>은 여행을 통해 SNS속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 한다.

 현재의 내 모습은
그간 쓴 시간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것도 없는 곳,
그리고 "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24시간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 같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동시에 모든걸 동일시하여 연결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혼자있는 시간의 힘.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을 견딜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하고,
타인과의 관계는 결코 쉬운것이 아님을 배워야 한다.
사람과 인정은 살수 없는 것임을...
우리가 서서히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열흘간의 낯선 여행>을 통해 찾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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