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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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 기욤 뮈소

 

기욤 뮈소!

그의 소설은 뭐랄까 장르가 조금 특별해서 좋아 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서스펜스에 가까운 로멘스랄까? 아니 로멘스에 가까운 서스펜스?

그 오묘한 장르에 그만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스릴넘치는 이야기가 정말 좋아서 그의 책은 무조건 읽어 보게 된다.

 

다만 처음의 강렬함이 시간이 흐를 수록 퇴색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의 이야기에 적응 해서 그럴까? 아니면 이젠 장르 소설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할 만큼 세상에 물들어서 그럴까?

여러 고민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이야기 하나만은 괜찮아서 끊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된다.

 

이번에 소설 역시 시간여행이다.

시간여행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교묘한 트릭이 있는 그런 시간 여행이다.

책 표지에 당당히 붙어있는 판타지 심리스릴러! 라는 장르에 갇혀 상상의 폭을 가둬 버리니 마지막 장에 가서야 '아하' 하게 되는.

물음표가 느낌표 세계로 변하는 반전을 맛 보게 된다.

 

이런 것 까지 생각해서 표지를 만들었다면 정말 대단한 북디자이너의 솜씨다.

 

'24방위 바람의 등대' 비밀이 담긴 방이자 비밀을 풀게될 열쇠.

유산을 물려 받고 비밀이 간직된 '24방위 바람의 등대' 지하실의 숨은 방을 열어 보게 된다.

 

모든 이야기의 순서가 그렇듯이 언제나 비밀이 있고 그 비밀에 접근하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하지만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비밀'이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금단의 문을 여는 '사고'를 친다.

'사고' 덕분에 주인공은 주인공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독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24방위 바람의 등대'에 숨겨진 비밀은 '시간여행'이다.

지하실 육면체의 방에 들어서면 방문이 닫히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온다.

호흡은 가빠지며, 온 몸은 경직되고, 심장박동은 빨라진다.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고, 몸에 힘은 빠지고 결국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게되면 1년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있다.

 

시간여행.

보통은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것이 중점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기욤 뮈소의 소설 <지금 이 순간> 에서는 오로지 미래로만 간다.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때가 아니라 무작위로 시간여행을 한다. 아니 이건 '여행'이 아닌 강제이동이다. 한순간 존재를 지웠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존재를 돌려 놓는 그런 강제 이동. 때에 따라 8개월 후가 되기도 하고 15개월 후가 되기도 하는 불규칙함.

깨어나는 장소도 정말 다양하지만 대체로 생활권 안에 있다는 것은 시간여행의 작은 배려 일까?

 

그렇게 일년에 단 하루라는 시간이 강제로 주어진다.

아니 단 하루만 빼고 모든 시간을 빼앗긴다. 없는 시간이 되어 버리는 것.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충실히 살기로 마음 먹지만 그마져도 혼자선 할 수 없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유일하게 남아버린 할아버지

우연히 마주쳐 첫눈에 반한 여자.

그 여자와 함께한 하루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24방위 바람의 등대'의 저주는 24일 동안 24년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주인공은 무엇을 했나? 글세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낸건 아닐까?

 

이 책의 반전은 마지막에 있었다.

끝까지 책을 다 읽고 덥는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책 표지.

<지금 이 순간> 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강력한 펀치를 맞는다.

 

방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훅 들어오는 치명타.

그 치명타가 남긴 것은 '삶'이다.

 

오로지 미래로만 가는 시간 여행.

그 시간 여행은 '삶'이였다. 책의 주인공은 작가 였고, 작품을 쓰기 위해서 홀로 고립된다.

소설속에서 얻은 별명은 '사라지는 남자'다. 작품을 쓰기 위해 사라졌다가 어느날 홀연히 나타난다.

한 작품을 다 쓰고 잠깐 가지는 휴식기. 그게 바로 일년에 하루뿐인 날이였다.

그리고 또 홀연히 사라져 작품활동에 몰입하는 '사라지는 남자' .

그렇게 작품활동에 전념하다 보니 24년이란 시간이 흘러 남아 버린게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간여행'이란 장치를 통해 새롭게 쓰여졌다. 그리고 2015년 힘든 시간을 지나 상처받은 그 마음을 다시 소설을 씀으로 치유한다.

그렇게 끝나지 않은. 결코 끝날 수 없는 소설은 끝없이 이어진다.

 

'지금 이순간' 바로 '지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내다니.

 

오랜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면 남는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

연말이면 찾아오는 후회들.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올 한해 시작할 때 거창했던 계획들 중에서 이룬 것은 몇개였는지?

아니 그중에서 단 하나라도 이룬것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살아온 일년.

12월이 되면 어김 없이 일년을 돌아 보며 후회를 하게 되는 삶.

그렇게 24년이 흘러가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다는 것.

 

'24방위 바람의 등대'의 저주는

바쁘다는 핑계로 무엇이 소중한지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삶을 빗대어 말하는 것은 아니였을까

 

24년이란 시간은 어쩌면 기욤뮈소가 첫 소설을 쓰고 2015년이 되는 해이기에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였을까

조심스럽게 짐작을 해보지만... 솔직히 작가에 대해서 알아 본 적은 없어서 속단 할 수 없다.

 

작가가 24년이란 시간을 보내 놓고 찾은 삶의 의미를 쉽게 나누고 싶어서 쓴건 아니였을지...

 

처음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시간이 흘러 그 실망때문에 다시한번 감동하고 기대하게 만든 기욤 뮈소.

이래서 '기욤 뮈소'의 소설은 좀처럼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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