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시간을 판다는 것. 너무나 자본주의적 색채가 강해 거부감이 들어 읽지 않았던 책이였다.

서가를 둘러 보다 어느날 부터인가 자주 눈에 들어와 한 번 읽어 보잔 맘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손에서 책을 놓치 못했다.

놓을 수 없었다. 청소년문학에 이런 흡입력이라니!. 김선영 작가. 처음 들어 봤는데. 이런 문장력이라니!

 

이 책 한권으로 인해 청소년 문학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깼다.

 

그저 그런 성장소설이나,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소설이겠구나 생각 했었는데.

 

시간을 파는 상점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간을 한번에 들여다 보면서 다양한 시점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적당한 깊히감에 오히려 더 깊히 빠져들고 몰입하게 되는 묘한 소설.

 

생각해 보면 시간에 대한 고민은 어릴때나 지금이나 많이 하게 된다.

 

학생때는 시험과 대학이라는 거대한 산을 압두고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느냐, 공부와 게임 사이에서 갈팡 질팡하기도 하며,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후회 하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을 미리 부러워 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중 고등학교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오늘 하루도 벅차서 미래나 과거에 대한 생각 보다는 겨우 겨우 하루를 버텨냈단 생각이 먼저 든다.

 

짧은 책 한권에 청소년기의 생활 모습, 친구와 가족,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 모두 담겨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의 나와 청소년기의 나 소설속의 주인공이 왔다 갔다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연결된 느낌이다.

 

백온조 소설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이름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느낌표 !!! 세개가 떠올랐다.

청소년기의 이름이란 '나'를 표현하는 모든 것이면서 부정하고 싶은 무엇이 되어 버리는데.

온조라니. 아버지 이름은 백제라고 한다. 소설속에서도 어릴때 부터 많이 놀림을 받았지만 그런것엔 개념치 않는 모습을 그려주지만

실제로 이름으로 놀림을 받고 이름 그 자체가 별명이 되어 버리면 당시에는 많이 슬프다.

 

나 역시 이름 속에 '복'이라는 한글자로 인해 여러 별명들이 붙었었고, 그중에서 이상하게 '거북이'가 등장했는지...

어떤 연유로 등장한 별명인지는 이젠 기억 나지 않지만 정말 싫어 했던 별명이였고, 그로 인해 놀림의 별명으로 많이 불렸다.

지금에 와서야 거북이를 캐릭터로 사용할 정도로 친숙해지고 익숙해졌고 오히려 거북이란 녀석으로 인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귀염성 까지 발휘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별명으로 바뀌였지만, 당시에는 무의식중에 불르기라도 하면 돌면해서 싸움까지 일어 나곤 했다.

 

그리고 가정 환경.

온조의 아버지는 소방관으로 순직 했다. 화제 진압중이 아닌 도로에서 과속차량과 정면 충돌로 인한 순직.

소설속에서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면서 아버지의 이야기가 등장 한다. 그렇게 아버지 없는 생활, 그리고 엄마와 단 둘만의 생활과 어쩌면 새 아빠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등장. 머릿 속으로는 이해 하면서 가슴속으로는 답답해 하는 온조의 심리를 너무 잘 그려내서 눈물이 흘렀다.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움 이란 것.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라도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너무 슬퍼하면, 주변에선 '산 사람은 살아야지'란 말로 위로를 한다.

보고 있기 안스러워 자신들도 모르게 내 뱉는 말이지만 그렇게 삶과 죽음을 단번에 갈라 버리는 말에 슬픔을 억지로 삼키게 되면 오랜 시간 치유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담아 뒀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곤 한다. 삶과 죽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버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 쯤이면 적당 할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못한 슬픔이 남아 있는데,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데 '새 아빠'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 슬픔이 얼마나 커졌을까.

머리로는 예상했고 언젠간 이런 상황이 올거란 걸 알고 있었다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슬픔과 상실감, 어쩌면 배신감이 될지도 모르는 그 감정.

 

나쁜 일은 언제나 한번에 온다고 했던가.

안그래도 심란한데 '시간을 파는 상점'때문에 어떤 사람이 자살 할 지도 모른다니! 머릿속은 하얘지고, 심장박동은 마라톤 튄것 처럼 빨라지고, 호흡은 가쁘다.

어디서 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나. 순간 찾아온 패닉! 여러가지 상황이 겹친다. 그럼에도 끝까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 안간 힘을 쓴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는 '불곰'이 떠오르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당황 스러움. 혼란.

정신적 무질서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찔함이 밀려온다. 이런 감정들을 친구 덕분에 겨우 가라앉히지만, 불안함은 끝까지 괴롭힌다.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선택해서 결과를 내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싶은 나이.

어른들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우리'들도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싶은 나이.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온 것만 있는게 아니라고, 다양한 세상이 있고 내 인생은 내가 살거라고 말하는 나이.

 

온조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운영하며, 성장해 간다.

어른들은 모르는 자신들 만의 세계, 학교 선생님들 조차 바라보는 눈이 달라 비밀이 된 또래만의 세상.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다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데

먼저 지나왔다고 지금 그 시간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잘 짜여진 틀에 끼여 맞추려고 하는 것은 올챙이적을 생각 못하는 개구리의 폭력일 뿐이다.

청소년시기에 깊히 고민하고 삶과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는 답들을 찾아야 하는데, 어른들이 만들어 온 세상 속에서 성적을 만들어야 되고, 대학에 진학을 해야 하는 이유로 '나'를 찾는 시간은 유예된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을 하면 두려움이 몰려온다.

아무런 고민 없이 하라는 데로 해왔는데, 그들이 말하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그동안 살아왔던 세상과도 전혀 다르다. 한순간에 바뀐 세상, 한순간에 바뀔 수 없는 '나'

경험이 없어 어떻게 해야될지 도통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만 남는다.

 

대학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험에 치여 살다보면 고민의 시간은 더욱 뒤로 밀려난다.

고민 없이 지나온 청소년기. 때문에 청년에서야 고민을 시작한다. 앞선 세대를 살았던 어른들은 조금더 어릴때 하던 고민들을 뒤 늦게 시작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나이가 몇인게 그런 고민을 하냐고, 쓰잘대 없는 생각 말고 취업이나 하라고 말한다.

세상에. '취업'이 전부인 것 처럼 말하는 그들은 정말 '행복'을 알고, '인생'을 알고 이런 말들을 하는 걸까?

 

시간을 파는 상점은 고민을 파는 상점이다.

청소년기, 어리지만 마냥 어리기만 하진 않는 나이의 시간을 판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많이 혼란스러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시간'이란, '삶'이란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절대적 시간을 살아가는 크로노스, 주관적 상대적 시간을 살아가는 카이로스

시간이란 유한하면서 무한한 것, 시간은 생각하기 나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지금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문득 궁굼해 졌다.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들어 보고 싶다.

 

10년을 먼저 살아가는 나도 이제서야 조금을 알것 같은 '시간'과 '삶'을 그들은 어떻게 이야기 할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우정과 사랑도.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으면서 문학에는 청소년 문학과 일반 문학을 꼭 구분해야 할까? 란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의 소설이면 일반 문학으로 20대 30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멋진 소설로 다가갈 수 있는데 청소년 문학이란 이름으로 선을 그어 버린 것은 아닌지...

고전역시 청소년 문학이라고 따로 정하지 않아도 언제나 청소년 필독서에 이름이 올라오니 청소년 문학이란 타이틀을 빼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책을 읽어 봤으면 한다.

 

나도 겪었으면서 청소년은 이래야만 되! 라는 편견을 깰 수 있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