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 ㅣ 나남창작선 131
이정은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9월
평점 :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 - 이정은
1950년 그해는 패러독스, 역설이 넘쳐났던 시대다.
1945년 8월 15일 30여년간의 일제시대를 지나 겨우 빛을 봤는데 완벽한 빛은 아니였다.
지리적 위치, 이념과 힘에 따라 한반도는 38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찢어졌다. 타의에 의한 강제 분할...
빛을 본줄 알았으나 빛이 아니였다. 또다른 어둠이였다.
그리고 5년... 1950년 여름 한반도에 또한 번의 비극이 일어났다.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 군대와 군대, 이념과 이념, 힘과 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리전 성격을 띈
한 민족의 슬픈 살육전쟁. 이역만리 먼땅에서 타국을 위해 싸운다? 과연 "타국"을 위함 일까? "자국"을 위함일까? 혼잡한 이념들의
전쟁에서 결국 고통 받는 것은 가진것 없는 사람들 뿐이다.
국민? 시민? 서민? 어떤 말로 불려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은 힘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 이며, 그 가족이 격은 6.25 전쟁의 증언이다.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는 증언이 아닌, 사람으로 써, 온 가족이 겪어낸 이념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기록이다.
삶과 죽음속에서 강요 받은 선택, 자의인지 타이인지 구별도 못한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
영화 <월컴투 동막골>에서 보여줬던 이야기는 웃음이란 요소를 통해서 슬픔을 씻어 치유하려 했다면,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은 역설의 시간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
광복이후 용인의 한 마을에 자리잡은 가족사, 이승만 정권과 김일성, 남로당과 북로당, 6.25전쟁, 인천상륙작전, 휴전. 이런 굵직한
이야기 들은 너무나 먼 이야기다. 일년 농사를 짓고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 남는 것이 별로 없던 그 시절, 육체적 노동만이 생계를 책임지던
시절의 이야기, 전쟁에 피난을 가기도 하고 폭격의 두려움을 온몸으로 견뎌내던 이야기. 큰 대의가 무엇인가? 가족이 잘 먹고 행복하면 되는
것을.
무엇이 삶이고 죽음일까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이념이 무엇이라고 무수한 목숨을 버렸는가.
삶과 죽음 앞에선 그 어떤 이념도, 정치도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한가.
살수만 있다면 다행인 것을...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희생자만 있을 뿐.
전쟁속에서 여자들의 운명은 남자들 보다 더 하다. 1950년, 500년 왕조의 뿌리 깊은 유교적 삶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남아 있는 시절,
모든 것은 장자 우선, 충과 효의 이념이 생생히 살아 있는 그 시절,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사회주의란 무엇인지 명확히 알수 없는 그 시절, 삶을
위한 선택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란 걸 몰랐던 그 들은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종교와 이념을 앞세운 전쟁은 지금 이시간에도 진행중이다.
한반도 역시 아직 전쟁중이다. 휴전 62년 이란 시간, 정전이 되고 통일을 할 수 있을까?
무력이 아닌 평화 통일이란 명목으로 피흘리지 않는 통일이 가능할까?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이 지구적으로 극심한 문제로 인식됐다. 시리아 난민사태로 관심도 없던 머나먼 나라의 소식이 뉴스에서 들려온다. 종교적
이념에 의한 전쟁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 그 이면에는 세계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 전쟁이 확산 됐고, 그 피해는 결국 '난민'이 되어버린
시리아국민들이 짊어 지고 있다.
그들의 전쟁을 바라보면서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권력과 이념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는 전쟁. 누구를 위한 것일까? 처음의 대의 명분은 시간이 흘러 부질 없는 것이 되어 버리며, 종국에는
'국가를 위해'라는 미명아래 모든 것을 착취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전쟁의 역설을 통해 삶과 죽음을 들여다 본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 계급과 권력이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전쟁이란 광기는 끝이 없어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삶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그리고 사회, 서로 잘살기 위해서 시작했던 모든 일들이 파멸의 원인이 되어 고통과 광기만 남겨 버리는 전쟁.
'어쩌다가'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가족이 힘들고 공통 받지 않고 편안히 행복하게 살기 원하는 그 마음속에 '독'이 숨어 있어서
그런 걸까?
하루 벌어 하루를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직장에서 밤낮으로 일을 해야 겨우 겨우 한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지주와
소작농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로 바뀌였을 뿐 세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역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는 것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사랑'이 있다는 것.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 할 순 없어도, 고통의 진통제는 될 수 있겠지.
우리는 또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펼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은 있고, 우리는 결국 견뎌내며, 끝까지 살아가겠지.
패러독스, 그것은 삶과 죽음의 역설. 선택의 강요.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 과거의 시간속에서 미래의 시간을 짐작해 보는 것 또한 사람의 일.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은 우리들의 '삶'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