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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찾은건 오랜만이다.
<등 뒤의 기억>
표지도 표지지만...
띠지에 있는 문구하나
"한 사람의 등 뒤엔 천 개의 엇갈린 기억이 존재한다."
문득 오래전 읽었던 <천개의 바람이 되어>란 책이 생각 났다.
기억과 추억, 그리고 인연을 '천 가지'라고 표현했을까...
만가지, 억가지.. 아니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는데...아마도 느낌의 차이때문이겠지.
'천 가지'... 너무 현실적이지도 너무 환상적이지도 않은 바로 그 지점.
너무 적은 기억이라면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너무 많은 기억이라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여서 까마득해지는...
그 사이 어딘가쯤이 딱 '천'이라는 숫자였나보다.
<등 뒤의 기억>은 여덞명의 각기 다른 기억들이 모여 하나가 된다.
서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과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모여 비로써 히나코의 이야기가 완성이 된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공존하는 이야기.
너무나 담담하고 조용한...
은은한 재쯔 같은 이야기의 파도에 격정적인 이야기들이 휩쓸려 버린다.
그래서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기억들...
p.51 "더러운 게 아니라, 지쳤다고 할가, 닳았다고 할까, 새롭지 않다고 할까"
일상이란 이런 것일까?
시간 속에 지쳤거나... 시간에 닳았거나... 혹은 새롭지 않은...
새롭지는 않지만... 시간은 흐른다.
과거에 있다가도 현재로 돌아오고, 현재에 있다가도 과거로 떠나기도 한다.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현재가 되는...
기억과 추억이 모호해 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될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고 나면 항상 그렇다.
줄거리를 옮긴다는 것에는 이상한 거부반응이 있고
그렇다고 출판 서평은 출판 서평이니.. 내 이야기가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 부터 그냥 빨려 들어갔다 나온다.
그리고는 그저 멍해지기도 한다.
어쩔때는 눈물 한방울이 맺히기도 하지.
참 조용하게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
많은 것들을 담아 낸다.
<등 뒤의 기억> 역시도..
삶과 인생... 그리고 각자의 삶이 혹은 기억들이 언젠가는 인연이 되어
연결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스처 지나갔던 기억들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기억가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끝난 사랑이라 해도,
그 사람이 마음을 품고 있는 한 그것은 유효하다."
"이미 끝난 사랑이라 해도, 그사람이 마음을 품고 있는 한 그것은 유효하다."
<등 뒤의 기억>은 이 한문장이 다 담고 있다고 할까...
너의 인생은 어땠어?...
이 질문... 미래 어딘가의 나에게 하고 싶다.
"어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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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풍경 처럼.
p.51 "더러운 게 아니라, 지쳤다고 할가, 닳았다고 할까, 새롭지 않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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