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길잡화점
이민혁 지음 / 뜰boo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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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날까지.

보고 싶은 그대만 사랑하겠소.

당신만이 나만의 사랑이겠소.

보고 싶은 내 사랑 잘 가시오.

당신만이 내 사랑이었소.

나... 당신만을... P.222

<복길 잡화점> - 이민혁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선물 받았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눈물샘과 웃음벨을 번갈아가며 자극하니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하필이면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게 하다니요.


20대가 끝나갈 무렵이었나 연극 <복길잡화점의 기적>을 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흐릿했던 기억이 어떤 계기로 인해 순간적으로 아주 또렸해지는 경험. 혹시 있을까요?

저에게는 소설 <복길 잡화점>이 점점 잊혀지던 기억을 한 순간에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소설속 "경석"처럼 그 시간 그 때로 돌아 갔던 것 같았습니다.


1970년 8월 8일. 수유 오일장에 교련복을 입은 청년 "경석"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구두약과 방심과 사랑이 무슨 상관인지 이해할 순 없지만 민족상잔의 비극인 때에도 통했다던 비법 아닌 비법 (지금 시대라면 범죄의 증거로 남아 버리는 아주 과감한 비법입니다.)으로 경석과 연화의 사랑이 깊어집니다.


-P.25

"이것 좀 봐봐 연화야.

지금 이 좌판이 나중에 이 동네에서 제일로 큰 잡화점이 될 거야.

니는 산수를 잘하니까 평생 내 옆에 딱 붙어서 주판만 만지면 돼."


시간이 흘러 좌판은 "복길잡화점"이 되었다가 "복길마트"가 되었습니다.

경석과 연화사이에 기적같이 찾아온 선물 '복길', 그리고 '복길'에게 삶의 이유인 딸 '소리'

복길잡화점에서 오랜 시간 일을해온 '민정', 복길마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막내 '창남',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되어 버린 복길마트에 직원 이었던 '기석', '덕배', '종구', '수양'.

소극장 연극이 원작인데 등장인물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는 사람이 기억을 잃어다면 어떤 느낌일지, 어떤 상황일지, 상실감과 막막함이 어느 정도일지 경험하지 않는다면 짐작조차 어려운 아픔일거에요. 소설 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등장인물들이 한 사람의 기억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더 많은 관계를 같고 살아가는 현실과 비교한다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P.70

"까먹어도 돼! 기억 못 해도 돼! 이 김경석이 다 기억나게 해줄 테니까!

그 못된 병 내가 고쳐줄 테니까! 어디 가지말고 내 옆에 있어. 내 옆에만..."


이야기는 기억을 잃는 병 '치매'에 걸린 '연화'의 기억을 찾기 '작전'을 통해 인물들의 '갈등'과 '사랑'을 깊히 담았습니다. 

소설의 장점은 시간의 흐름과 감정을 철저히 독자의 속도에 맞추는 것 아닐까요.


P.74

연화 "1978년 8월 8일! 오늘 내 생일이잖아요!"

경석 "뭐? 1978년?"

연화 "으유! 올해도 까먹었나 했네!"


생일... 그래, 8월 8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한데 오늘이 1978년이라 하면 무려 40년 전 아닌가!

지금 내 아내는 일흔 넘은 노인의 몸을 한 채 아이보리 원피스가 잘 어울리던 그때로 돌아가버렸다. 그때와 다른 건 딱 하나, 젊을 때나 지금이나 늘 자기 기분을 감추고만 살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것. 이 또한 그놈의 병 때문이겠지만 신나서 방방 뛰는 연화를 보자 그때는 몰랐던 아내의 속마음을 보게 된 것 같아 눈자위가 뜨끈해진다.


후회하지 말고 있을때 잘하란 말.

참 많이, 자주 하는데 살면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을 읽다보면, 지난 주 부모님과 통화가 그렇게 툴툴거리려고 했던 건 아니였는데.

지난 생일에는 왜 그랬을까?, 아쉬움이 남는, 후회가 되는 그런 일들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왜 그렇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했을까. 전하지 못 한 말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거라는 짐작. 오해. 같은 것들...


P.87

"이틀! 최대한 피해 안 가게 할 테니 딱 이틀만 하자. 니 엄마 평생을 앉아있던 그 계산대에 다시 앉히면!

내 장담해. 차근차근 기억해낼 거라고!"


이야기는 "복길 잡화점 리턴즈" 작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흘러 갑니다.

40년 전 그 시간으로 돌아간 연화의 시간에 맞춰 모두가 그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과연 단 이틀이란 시간, 40년 전의 그 날 부터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시간여행'이란 말은 어쩌면 과거로 돌아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진것 같아요.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담은 "기적".


p.176

"오늘 밤 자네와 내가 집에 가서 한 이불을 덮었단 말이여.

78년 8월 8일 자네 생일날! 그리고 아홉 달 만에 나를 쏙 빼닮은 놈이 응애~ 하고 태어났다고.

그래서 자네가 그랬잖아. 삼신 할미가 자네한테 생일선물 준거라고! 기억 안 나?"


경석, 연화에게 기적은 생일 선물받은 복길입니다.

복길 잡화점을 열고, 서커스도 하고. 하룻밤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네요.

그 중 최고의 일은 역시 삼신할머니의 선물!


유머와 감동,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이야기는 요즘 드물었던 것 같아요.

며칠 남지 않는 연말,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준비하면서 소중한 사람과 "추억"하나.

윤종훈, 진선규, 유지연 등 수 많은 배우가 먼저 Pick 한 도서, 대학로 인기 연극 <복길 잡화점>원작 소설 울고 웃는 우리들의 로맨틱 코미디 소설 <복길 잡화점>. 책이든 연극이든 후회없을 거에요. 그리고 꼭 소중한 사람에겐 늦지 않게 "사랑"을 표현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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