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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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푹빠져 단숨에 읽어낸게 참 오랜만입니다.

9년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김영하님의 소설 #작별인사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21세기 다운 이야기를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차산업혁명 나아가 5차산업혁명이 불러온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클론 #안드로이드 #생체로봇 #업로드 등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든 가상의 세상.

실물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은 디스토피아일까요 유토피아일까요...

어쩌면 소설가의 일이란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인류의 선택을 유토피아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최대한 의미없는 이름으로 지으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독자로써 우리들이 소설을 읽을 때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는 걸 의식하게 되었네요.

소설속의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왜 이런 이름을 가졌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작가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작품속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이 가진 이름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되네요. 어쩌면 소설속에 살아 있는 인물로써 자연스럽게 이름에 맞는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2년 코로나19가 바꿔온 세상.

우린 많은 것들과 단절되었고, 또 다른 많은 것들과 연결되었습니다. '거리두기'라는 사회적 약속을 통해 한 순간에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었지요.

삶에서 이렇게 극적인 충격이 또 있었을까 싶어요.

! 앞선 세대에서는 경제적인 거대한 충격이 몇 번 있었겠네요. 하지만 이처럼 세계적으로 주어진 충격은 아니었을 거에요.

한 순간에 패닉에 빠졌다가도 새로운 답을 찾아 결국 살아가는 우리들을 보면, 작별인사는 결국 만남의 인사를 남겨두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에겐 '안녕'이란 인사말이 참 좋아요.

만날 때도 '안녕', 헤어짐에도 '안녕'.

'자아'를 가진 모든 것들에 보내는 인사 '안녕'.

자아를 가진 클론, 자아를 가진 안드로이드 (인공지능)

가상공간에 모든 기억과 자아를 옮겨 영생을 바라는 '업로드' 생각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견뎌낸다는 것.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와 가슴을 촉촉히 적셔버렸습니다.

책을 보는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가상의 미래를 여행하지만 만나게 되는 인물들 중 어느 인물이 마음속에 자리 잡을지는... '데미안''어린왕자'처럼 이 소설을 읽게되는 시기에 따라 몇 번이고 울리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월이지만 한 여름처럼 덥다는 주말

잠깐 김영하의 '작별인사' 세계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걸 추천합니다.

🔖p.160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기계의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도 의미를 잃습니다."

🔖p.184

인간들이 참 무정한 게, 자기들은 어둡고 우울하면서 휴머노이드는 밝고 명랑하기를 바라거든요.

🔖200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다면 마땅히 윤리도 갖춰야 해. 세상의 고통을 줄이려 노력해야지.

🔖p.228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p.242

팔과 다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일 때, 비로소 생각들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 몸이 없어지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p.276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p.295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 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p.304 - 작가의 말 중

혼자이고, 외롭지만 어떻게든 이 고통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들. 그들이 이제 내 손을 떠나고 있고, 이제 이런 이야기는 다시는 못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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