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카르테
치넨 미키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기도의 카르테> - 치넨 미키토 / 권남희 옮김

"환자가 숨기고 있는 사연, 그리고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진단한다!"

현직 의사의 의학 소설이라는 무척 기대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학 드라마의 느낌을 받을 것 같았거든요. 치열한 수술 현장.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최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의사들의 이야기. 그러면서 로맨스는 빠질 수 없죠. 어떤 의과가 중심이 되었든 드라마 속의 의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참 의사가 많았습니다. 물론 정치와 권력을 가장 큰 가치로 두거나 무엇보다 '돈'을 최고로 치는 의사들도 있었지만 항상 살아남고 승리하는 것은 한 사람의 목숨도 소중히 하는 의사들이죠.

한때는 환상 속에만 있는 모습인데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많이 익숙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라는 것에 남아있는 환상이 있지만 최근 현직, 전직 의사들의 에세이를 통해서 그들의 진심과 현실의 의료체계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뜸했던 의학 소설을 접했을 땐,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이야기와 감동을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현직 의사'라는 저자의 이력에 기대감이 더욱 컸죠. 낯선 분야이기에 경계를 했어야 했는데 소설을 읽어가면서 생각하던 이야기가 아니란 것에 실망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최근 읽는 일본 소설을 보면 우리 소설보다 이야기가 단순하고 가볍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철학적인 삶보다는 미니시리즈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가볍고 쉽게 즐기기 좋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죠. 순식간에 한 권이 책을 읽어냈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있어요.

 

'기도의 카르테' 제목에서 오는 느낌은 뭔가 불치병과 싸우는 의사의 고독함과 치열함 같은 것을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환자가 숨기고 있는 사연과 알아주길 바르는 마음을 진단한다는 티지의 글귀에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기대감을 유지하기에 딱 좋을 정도였죠. 수련의부터 성장하는구나 싶은 느낌이 팍 들었거든요. 각 의과를 경험하고 수련이 끝나면서부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의사.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좌절도 느끼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그런 의사의 이야기를 기대하기 좋았습니다.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가고 세 번째 장으로 넘어가면서 기대했던 모습과 너무 다른데 묘하게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소설은 스와노 료타의 수련의 과정만 담겼구나 짐작할 수 있고 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에는 어떤 진료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각 장마다 다른 진료과를 경험하면서 한 명의 환자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의사에게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 환자. 의사는 그냥 치료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일까요. 일본의 의료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런 것처럼 그들 역시 의사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의사선생님 말이라면 다 믿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거짓말 같고 사기 치는 것 같고 그냥 돈벌이로 보는 것 같은 느낌에 가끔은 그냥 약이나 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끔 의사보다 약사의 말이 더 믿음직스럽게 들리기도 하는 것은 저만일까요.

책이 재미있는 것은 의학적인 이야기 같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는 심리 추리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부터 추리 소설을 좋아했기에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죠. 막 셜록 홈스처럼 작은 단서로 어마한 정보들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스와노와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대로 어떤 사연이 있을까 추측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푹 담기는 문장은 없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것. 일본인들 특유의 문화랄까 버릇이랄까.개인의 아픔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담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에서 일본인들은 감동과 연민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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