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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평점 :

<참 좋았다. 그-치> - 이지은 글, 이이영 그림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어쩌다'라는 핑계만큼 좋은 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 연인과 이별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시지 않는 아픔에 시작할 수 없었다지만 6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혼자라는 것은 정말 '어쩌다 보니'그렇게 되었다는 말뿐이네요.
비 내리는 저녁 이지은 님의 세 번째 에세이 "참 좋았다. 그 - 치"를 읽다 보니 떠오른 변명입니다.
시간이 주는 마법은 정말 놀랍습니다. 처음 이지은님의 에세이를 읽을 때는 미쳐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울다가 웃음 짓다 반복했거든요. 그 후 3년 이란 시간이 더 흘렀더니 제 감정도 참 많이 변했나 봅니다. 오래된 사진첩 속 사진들처럼 빛바랜 기억에 더는 눈물이 나지 않네요. 그냥 그때 그랬었지. 그때 참 좋았었는데. '그때'라는 시간에 남겨진 '참 좋았다'라는 감정으로 채워졌습니다.
시간이 주는 부작용 때문일까요.
어떤 글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아!! 그때 그 배우가 참 연기를 잘 했었는데, 엊그제 끝난 드라마가 정말 아쉽지."
이런 생각들도 떠올랐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을 붙잡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왜 그 문장에서 마음이 멈췄을까요. 그리움일까. 아쉬움일까. 그 무엇도 아닌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멈춰진 페이지를 담아 봅니다.

'하필 오늘' 이별이란 걸 하는가 봐.
아주 오래전 첫사랑의 추억이 '하필 오늘'이란 말에 담겨 있었나 봅니다.
한동안 생각나지 않았던 이름인데. '하필 오늘' 그 얼굴과 목소리 표정들이 생각나네요.
이뤄질 수 없기에 '첫사랑'이라던 말 그때 '하필 오늘'이란 말로 각인되었습니다.

'덩그러니'라는 단어에도 저는 취약합니다.
어린 날 이수영님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냥 울어버렸죠. '덩그러니'남겨진 그 감정 때문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몇 날 며칠 덩그러니 기다리던 그땐 정말 아팠는데. 그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나 봐요. 아니 시간이 지났기에 지금은 울지 않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마음대로 그만 둘 수 없다는 것.
20대 그쯤이라면 다들 느끼지 않을까요.
그냥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좋았던 그런 때 다들 있잖아요.
가을이라 그런가. 괜히 떠오르네요 그 사람.

단서에 약한 기억.
'당신과의 기억은 어떡하면 좋을까요' 정말.
평생 잊을 순 없겠죠. 희미하다가도 선명해지는 기억.
참 좋았어요. 지금도 좋습니다. 어쩔 수 없는 기억하나 가질 수 있어서.

떠나간 이의 이름 세 글자가 남겨진 이에게 한편의 완전한 시가 된다니!!!
여긴 감탄하며 붙잡은 문장입니다.
요즘 시를 읽기 시작해서일까.
와! 보는 순간 소름이 쫙!!!
그래요 여전히 기억하는 이름 세 글자.
오랜만에 멀리서 안부를 전합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죠?
가을에도 여전히 행복한 날로 가득하길 바라요.
선명한 기억 하나.
"초록병은 아저씨의 맛이라면, 이건 사랑의 맛이야."라며 건네주던 칵테일 한 잔.
그 이름은 기억나진 않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 영롱하게 빛나던 액체. 달짝지근한 맛에 여러 가지 맛이 한꺼번에 느껴졌던 그때의 공간. 그리고 숨결...

어쩌면 '기적'을 바라고 있었나 봅니다.
넘겨지는 책장을 붙잡고 사진을 찍어두는 일.
굳이 이렇게 옮겨 보는 것.
평범한 일상들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그런 기적.
찾아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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