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us Fugit, Amor Manet"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아모르 마네트'라는 말의 의미는 2권에서 알게 됩니다. 사랑은 남는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울 수 없는 사랑의 흔적. 저자는 직지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남은 '사랑'을 소설에 담았습니다. '카레나' 1권에서 의문에 싸인 체 남아 있는 이름. 2권에서 모든 비밀과 의혹이 풀립니다.
1권은 현실에 남은 흔적을 추적하는 내용이라면, 2권은 현제 남아 있는 자료를 토대로 비어버린 시간을 상상력이라는 힘으로 가득 채워 과거 직지와 구텐베르크, 훈민정음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2권은 요즘 유행하는 퓨전 사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한 달이라는 시간 휴직을 하고 '카레나'라는 이름을 찾아 파헤칩니다. 그리고 조선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을 엿보면서 '카레나'라는 이름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 이름은 '은수', 비밀리에 훈민정음으로 만드는 금속활자를 제작하던 기술자입니다. 김진명은 책에서 조선의 시작과 훈민정음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상황이 떠오르고, 우리에게 익숙한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섬겨야 한다.'라는 변명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광활한 대륙을 활보하던 고려에서 조그만 반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던 조선.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어쩔 수 없습니다.
세종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창제한 훈민정음. 그 정신이 깃든 금속활자는 유럽으로 건너가 구텐베르크의 손에서 백성에게 책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금속활자가 있었기에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세종의 그 마음이 인류사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하게 만들죠.
2권은 절에서 몰래 활자를 주조하다가 겨우 살아남은 '은수'라는 여인이 선교사에 의해 유럽으로 가게 되고, 결국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이 구텐베르크까지 전해졌다는 내용입니다. 아주 작은 흔적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 '직지', 북한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직지를 찍어낸 금속활자. 교황 요한 22세의 친서. 구텐베르크가 찍었다는 42행 성서. 현재 남아있는 작은 단서로 이렇게 풍부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니 역시 '김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지와 금속활자에 관련한 여러 문헌이 있고, 연구 자료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직지 코드' 팀에서 만든 영화도 있고, 그들이 참고했던 자료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 않아요.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하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연결점이 없는 합리적 의심의 결과로 만들어진 가정뿐이죠. 지금 읽은 소설 역시 하나의 가정이며 상상입니다. 다만 저는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으로 믿고 싶을 뿐입니다. 필사를 하던 문명에서 갑작스럽게 금속활자라니 너무 이상해요. 우리는 금속활자 이전에 목판이 있고 질 좋은 종이도 사용했습니다. 필사에서 금속활자로 넘어가기까지 중간 과정이 있다는 것. 이게 더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누가 더 뛰어나다 같은 논쟁은 사양합니다. 우리는 겨우 금속활자로 찍어내는 것에서 그쳤지만 유럽은 금속활자를 통해 성서를 누구나 읽게 만들었으니까요. 소설을 통해 여러 번 말한 것처럼. 우리의 금속활자는 씨앗, 유럽의 금속활자는 열매입니다.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의 마음이 가득 담긴 열매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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