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꿈을 꿨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부엉이 꿈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으로 죽음을 예견하는 흉몽이 어째서 길몽이 될까란 의문을 가지게 만들죠.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센터'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주인공'서우'의 이야기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센터'가 등장합니다.
무분별하게 법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의 일환이죠.
국가 지정과 법인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는 지금의 복지센터를 그대로 빌려 왔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주인공이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센터'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으로 채워집니다.
법안의 구성과, 안전장치, 센터가 필요한 이유와 센터의 이용 방법 같은 것들이죠. 그동안 시간을 흐르면서 주인공 주변에서 여러 가지 '죽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시간의 흐르면서 주인공에 집중된 시선은 가족으로, 사회로 확장됩니다.
확장의 끝에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있어요.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악명을 떨치는 오늘의 한국을 생각할 수밖에 없죠.
현실에도 마음의 병도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이 만들어진다면 소설에서처럼 자살률이 줄어들까요?.
'자살'을 생각할 때면 살아갈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어쩌면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통의 끝에 찾아오는 몸부림 일지도 모르고, 사회에서 몰아넣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무엇이 되었든 일단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딱하다, 안됐다 같은 말이 나오지만
'왜?'라는 의문이 가장 크죠.
소설을 읽다 보면 '죽음'에 대한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를 읽을 때는 눈물도 살짝 맺혔어요. 이유 없는 병은 없다는데 스스로 자책하는 그 마음은 어째서일까 싶어요. 계절 탓일까 4라는 숫자가 주는 어감 때문일까. 참 잔인한 달로 기억되는 4월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어린 나이에 죽음을 선택했던 친구들...
역시 어린 나이에 들려온 소식에 지키지 못한 약속들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을 앉고 보냈던 날들.
마지막 가는 길조차 그런 곳에는 가는 것이 아니라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남겨둔 사진조차 보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마음은 풀어지지 않네요.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다음에 같이 하자던 약속. 하필이면 '다음'으로 미뤘던 마지막 약속이 평생 지울 수 없는 후회로 남아 있습니다.
후회되는 미루기는 하지 말아야지 했던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겨두고 떠난 탓일까.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한동안 두려웠습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가까운 사이는 몇 없죠.
가까워지는데도 시간이 무척 필요합니다.
그러다 마음을 터놓았는데 또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싶은 마음에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게 참 어렵네요.
아침을 볼 때마다 떠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생각하는 순간들 괜히 슬픔이 차올라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시간, 그 시간이 저를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우'의 세상은 '센터'에서 넓어졌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사랑일까 고민도 하고, 안 나오던 말도 나오게 되었죠.
그리고 '사랑'을 고민하게 했던 그녀가 남겨둔 물건을 보며 조금 더 머물기로 하죠.
어쩌면 '존엄사'라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죽음을 겪더라도 죽지 않는 이상은 '죽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세상에 남아 당신을 떠올리는 그 순간이야말로'살아간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완연한 봄.
잊지 못할 이름이 있다면 #조수경 작가의 #아침을뽈때마다당신을떠올릴거야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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