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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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찾아온 감성 가득한 시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놓고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낯선 작가에 '사신'이라는 설정, 표지의 이미지, 가볍게 읽기 좋은 라이트노벨이라는 생각에 선택했죠.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모처럼 만에 찾아온 '여유'와 '휴식'을 느끼고 싶었어요.

살포시 내리는 빗방울 소리도 좋아하고,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 안개도 좋아하고,

공간 가득 퍼지는 커피향과 살짝 섞여 있는 물 냄새.

이렇게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시간은 정말 드물거든요.

책을 읽는 초반의 잠깐은 정말 편안했어요.

생각대로 쉽게 읽히는 문장,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분을 내게 하는 문체

표지 그림에서 주는 캐릭터의 모습과 상상력을 동원해 불러오는 풍경.

터무니없는 시급에 '사신'이라는 독특한 알바를 시작한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까지.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죠.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책에 푹 빨려 들어갔어요. 무방비로 사로잡은 이야기는 슬프지만 행복한

오묘한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사자'에게 주어진 '추가시간'

세상에 남은 미련, 관련된 특별한 능력, 이름을 알아보고, 시간을 멈추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능력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진짜 세상에서 모든 기록이 사라지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없는 '미련'하나.

시급 300엔의 '사신'아르바이트는 미련이 남은 '사자'가 성불할 수 있게 안내해 주는 일입니다.

주호민의 만화 '산과 함께'가 생각나게 되는 설정이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또 다른 면에서 슬픈 행복으로 다가오네요.

날씨 탓일까 오랜만에 만난 사랑 때문일까. 아님 한 살 더 먹은 나이 때문일까.

울컥이는 마음, 괜히 찡해지는 코끝, 안구건조증을 무색하게 촉촉해지는 눈가.

글을 남기며 다시 떠올리는 이야기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니체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행복'하다는 것과,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 '후회'를 남기지 말며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들이 지난 시간 후회로 남은 '사랑'마저 보듬어 주는 것 같았어요.

또 한 편으론 드라마 도깨비의 장면들이 떠올랐네요.

'잊지 않겠다~'노래한 에일리의 목소리도 함께요.

'눈'이 주는 감상은 참 이상합니다.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들

대부분은 영화와 드라마의 명장면들인데, 가만 보면 결국 지난 시간 후회로 남는 '사랑'을 애써 덮어버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일까. 눈이 내리는 날 찾아가겠다는 다짐,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나 봅니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가벼운 쨉, 묵직한 한 방"이에요.

아르테에서 출판한 책인데도 깜박했죠.

알면서도 후회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속성인가 봐요.

아르테에서 찾아내는 책들은 전부 '강력한 한 방'이 있다는 것을요.

방심한 순간 맞은 한 방에 정말 휘청였어요.

더군다나 설 연휴의 시작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를 만끽하고자 펼쳐든 책이었는데 말이죠.

"행복의 꽃이 길가에 한 송이 피었다"

마지막 이 문장이 주는 여운이 너무 큽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할지도 몰라요.

언제부터인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던 설 연휴의 시작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 덕분에 잊고 지내오던 '행복'의 가치를 떠올렸습니다.

별거 없는 대화, 함께 마주하는 시간, 그 순간들이 전해 주는 '행복'의 가치를

이 번 설에는 오랜만에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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