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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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과서 속에서 참 많이 배웠는데
우린 왜 고전을 잘 모르고 있는 걸까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냥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나'를 규정하는 학교생활에 성적으로 남기 때문에 무조건 외웠던 것은 아닐까요?

우린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고전을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부러 라틴어까지 배워가며 자신들의 역사와 고전을 배우고 삶 속에서 그 의미들을 녹여내려는 모습에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고전이 남아 있습니다.
가까운 조선에 남은 작품들이 가장 많겠지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신라, 백제, 발해, 가야, 고조선까지, 반 만년이란 시간 속에 통일과 분단의 역사를 반복하며 쌓아온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과서에 고전이 실린 이유는 오랜 시간 속에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배우길 바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우리에게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가요 '공무도하가'부터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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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노래 한 가락이 때론 절박하게 때론 아련하게 울립니다.
저는 가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문장을 보면 김훈의 소설 '공무도하'와 영화'워낭소리'가 떠오릅니다.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안타까움이 진하게 남기 때문일까요.
결국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 때문일까요.

섬세한 세밀화 한 컷에 한 줄 가사
만화를 보는 듯하기도 하고, 한국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상황 설명과 그림이 장면이 되어 가슴 깊이 스며듭니다.

기록에 남은 가요이기에 우린 가락을 모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매우 딱딱하게 소설을 읽듯이 한 줄 읽어내며 어떻게 해석했다는 답을 말해주죠.
어떤 단어에 화자의 슬픔을 드러낸다. 어떤 단어가 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요.

노래에는 참 많은 장르가 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노래를 무척 즐기죠.
세대는 다르지만 노래에 하나 되기도 하죠.

강을 건너려는 님을 붙잡는 심정.
애절한 발라드가 생각나지 않나요?

한 컷의 그림과 가사를 보면서
한동근의 목소리를 떠올려 봅니다.
생각보다 덤덤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말
'사랑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클라이맥스에 터지는 외침
'이제 그 님을 어이하오'

이런 상상을 하며 노래해보는 우리 가요 어떤가요?
요즘 아이들은 랩을 좋아하니 작품 설명의 글을 랩으로 변형시켜도 멋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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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나는 저 꾀꼬리'
여기까지만 봐도 단박에 '유리왕의 황조가구나!!' 합니다.
시험에 참 많이도 나왔지요.

책에서 또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중학교 시절 이 노래를 배우면서 그저 옛날 왕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인이 여럿이 있다니!!! 일을 안 해도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다니!!!
하면서요.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보는 황조가는 아이유의 좋은 날이 떠올랐어요.
경쾌하고 빠른 곡인데 가사를 가만 들여다보면 슬픈 노랫말에 슬픔이 두 배가 되는 듯한 느낌.
물론 저만의 해석입니다.

한 여인을 떠나보내고 돌아서는 길
정다운 꾀꼬리를 보며 하는 노래는 결고 기쁠 수 없겠죠.
그럼에도 왠지 유리왕이라면 슬픔조차 흥겹게 승화 시켰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연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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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공무도하가부터 동동까지 현재에 전해지는 16곡의 노래를 담았습니다.
가사에 담긴 세밀화가 무려 400편!
고대부터 고려까지 기나긴 역사를 노래에 담아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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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무척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노래마다 요즘 인기 있는 가수와 노래들을 매칭해보기도 했어요.

신라의 브로맨스 '모죽지랑가'는 멜로망스의 목소리
역병을 물리치는 '처용가'는 강렬한 치타의 목소리
열두 달 시간의 변화가 담긴 '동동'은 볼빨간 사춘기의 목소리를 상상해봤어요.
생각보다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싶었지요.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와 노래를 떠올리며
개사도 해보고 가사를 붙여 보기도 해보세요.
작품을 담아낸 그림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고 OST가 들려온다 상상해보는 것도 좋아요.

역사 속에 글로 전해지는 가요.
이제 와서 그 발음과 억양, 노랫가락은 알 수 없지만
그 노래가 남았던 시대 역시 우리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DNA를 가진 사람들이었으니
분명 악기가 내는 소리에 흥겹기도 슬프기도 했던 노랫말을 엮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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