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클래식 클라우드 2
이진우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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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Amor Fati
니체를 처음 알았을 때 마음으로 들어온 말.
'운명'도 '사랑'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운명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한때 정해진 운명 따윈 없다 소리치기도 했었고,
운명이라면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고백도 했었다.
매일 아침 눈뜨는 게 기대됐고, 밤이 너무나 아쉬웠던 날
무언가 알아가고 스스로 선택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선택이 불러오는 결과들이 신기하게 다가왔던 날

그런 시절 만난 니체는 즐거운 행복이었다.

무지 속에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었다는 것에 매료되었었고
도서관에서 니체의 전집을 다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었는데.

살아가는 즐거움 속에 그 많은 글과 잠언들은 나에게 머물지 못하고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었다.

바람이 남긴 흔적 "Amor Fati"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질서와 시간에서 한 걸음씩 멀어질 때
시험 속에서 합격과 탈락이 정해진 운명인가 싶을 때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 의미가 사라질 때
다시 물어보는 질문
어떻게 운명을 사랑할 수 있을까?
운명이란 무엇이기에, 사랑은 또 무엇이기에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걸까?


마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발견했다.
일생을 니체와 함께한 이진우 교수의 여행이기에 궁금증이 컸다.
내 삶은 점점 암흑기가 되어가는 듯싶은데
니체의 마지막 10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면 뭐가 좀 달라 질까?

전문가도 아니고 동경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말 한마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여행을 마치고 나면 뭔가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별거 아닌 질문을 품고
급하지 않게 산책을 하듯 천천히 이진우 교수의 글을 따라
니체로 향하는 여행을 떠났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동경과 꿈을 잃어버린 시대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묻지 않았던 날들
그 끝에 섰기에 우린 다시 질문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삶을 위해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이 필요한 시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게 되는 그런 여행.

시대의 탓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게 하루를 버텨내는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몸부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빠져든 독서와 하루의 기록.
또 어느 날부터 멈춰버린 일기,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독서.
생각 없이 습관으로 읽어 내려갔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다시 생각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살아간 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과도 같은 말일 텐데
삶과 죽음이라는 말은 너무 다르다.
이어짐과 끝남. 죽음을 생각하기엔 살아갈 날들이 너무나 많아서 였을까.
내가 살아가는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랬던 하루라는 말도 알고 있는데.
내일 당장, 어쩌면 몇 시간 뒤어도,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죽음과 함께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지 못한다. 서른 남짓, 적지 않은 죽음과 추모의 공간들 속을 지나왔지만
타인과 '나'라는 거리감 때문일까. 그들의 죽음 속에서는 아무 말없이 묵묵히 공간을 지켰을 뿐인데.

내가 죽음을 느낀 것은 숱한 좌절 속에 무언가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지 않던 시기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날 갑자기 찾아왔다.
사회 속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이름 석자 앞에 백수, 또는 취업 준비생이란 말로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느낌.
아니 영원한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쩌면 죽는다는 것은 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에 의미가 없어질 때가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 문턱에 걸쳐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했을 때 죽음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서야 삶을 생각해봤다.
나는 왜라는 의문과 이렇게 사는 것과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여러 번, 답을 찾기 위한 날들이 시작되었고, 다시 멈췄던 시간들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읽던 책에 질문이 더해진다, 삶을 찾아 방황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게 읽어간 여행
어떻게 하면 나를 나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의미를 만들어가며 살아갈까.
많은 질문과 답 속에 '나'라는 중심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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