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
백가희 지음, 한은서 그림 / 쿵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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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계절
하루 끝에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린다.
"서로의 곁을 떠나 각자의 삶을 찾아러 간 나의 모든 당신들에게 바친다."는 저자의 말이
봄비처럼 내려 마음을 적신다.

하루 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책을 펼쳐 글자들이 만들어 내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일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 울다가도 웃게 되는 이야기, 화나기도 하고, 분노에 휩싸이기도 하는
그러다 결국에는 미소로 마무리 되는 일.
책의 마지막 마침표를 읽으면서 다시 내가 살아가는 세상으로 돌아 올때 느끼는 행복

그 행복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늘 재미있는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내 불행을 모조리 팔아
찰나의 행복을 사는 일이 사랑이기도 했다."

이 문장이 사무치던 밤이 있다.
찰나의 행복을 사는 사랑
내가 없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수 많은 지난날의 밤
아련하게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에 잠시나마 웃음을 지었던 밤

다시 떠올리는 그 때의 그 행복했던 날들이 봄이란 계절을 쓸쓸하게 만든다.

 

"당신과 만나서 처음부터 행복했고, 당신과 만나지 못해서 끝까지 불행했다."

비가 내리던 밤에 이 문장을 만났다.
봄비였다.
봄날에 화사하게 핀 꽃처럼
밝게 웃으며 다가왔던 사랑

사계절의 끝을 앞두고
겨울 비처럼 시리게 적시고 떠나간 사랑.

어린날 사랑의 속도가 달랐던 그 때가 떠올랐다.
지금에선 잠시 그런 때도 있었지 하며 흘려보내는 추억속의 장면들...

불행조차 시간 앞에선 먼지처럼 흩날려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았다.

 

"이유도 모른 채 '어쩌다' 폭삭 물들어버려서, 갇혀버렸다. 이제 어쩐다. 세상 곳곳이 당신이다."

분홍이었던 내 세상은 파랑으로 물들였던 사랑이 있다.
너무 진한 파랑색이라 아직까지도 어쩌면 영원히 파란색으로 지낼 지도 모르게 만든 사랑.
세상 곳곳이 당신이라는 말에 파랑으로 가득했던 세상들이 생각났다.

하늘이 파란색이어서 하늘 만큼 사랑해
바다가 파란만큼 사랑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푸른별이라고 하잖아.
그렇게 푸르른 파랑이라서 지구만큼 사랑해.
세상 그 어떤 파랑이 영원하면 그 영원까지도 사랑해.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올 무렵에 썼던 편지 속 고백들이
서른의 초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밀려온다.
홀로 살아갈 수 없어서 당신이라는 사랑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럼에도 너무 부족하기에 혼자가 좋다는 생각.
언제쯤 사랑이란 자신이 생기게 될지 모르겠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그 시간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물음표의 사간을 살아가고 있다.
한 동안은 아팠고, 한 동안은 애써 외면 했던 시간들이 지났는데.
여전히 새로운 시작에선 망설여진다.
너무 컸던 교통사고의 트라우마처럼

아물지 못한 상처가 남아있는 것 같다...

 

유독 별이 빛나는 밤.
구름 한 점 없어 밤하늘이 참 맑게 느껴지던 날
수 많은 반짝임 속에서 마음에 들어오는 '우리'라는 말.

'우리'라는 말을 쓰기 위해선 '너'와 '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던 사람
어디선가 다른 '너'와 '우리'라는 말을 쓰며 살아가고 있을 사람.
우연히 마주하면 난 어떨까 잠시 생각해 본다.

아직은 잘 모르겠을 그 시간과 사랑이란 이름...

어느날 운명처럼 사랑을 전제로 '우리'라는 말을 함께 쓸 수 있는 그녀를 기다린다.

 

나에게도 있었다.
당신이라는 내 일상을 차근차근 잃어가던 낮과 밤.
익숙해졌다는 이름으로 너무 안일했던 시간.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오는 계절처럼.
시간이 흘러 피고 지는 것이 반복되는 꽃처럼.
당연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몰랐던 날들의 계절...

 

 

백가희작가의 "너의 계절"
지나간 계절 속에 숨었던 사랑의 시간들을 불러온다.
너라는 계절이 있어 무더웠던 여름마져 상쾌했고,
너라는 계절이 있어 세상을 얼리던 한파마져 포근했던
마법같은 계절들이 나에게도 있었음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봄이라는 계절
불어 오는 '사랑'이란 바람이 있다면
살랑이며 속삭이고 싶다.

너와 나, 우리 함께
서로의 계절이 되어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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