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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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겨우 스무 살 남짓했던 나이, 여러 이유로 시작했던 서울살이가 있어 그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 '작품'을 접했던 것은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다.
서울살이 초반 복학하기 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때.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시작한 알바가 행사 진행 보조요원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각종 잡무를 맡았고, 행사기간에는 진입로 주차요원으로 있었던 때.
정신없이 보내던 날들 속에서 고등학생부터 예술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이란 카테고리 안에 너무나 다양했던 작품들,
일상생활에 흔히 보이는 물건 하나가 누군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배웠다.

서울살이, 친구와 함께했던 생활이지만 인생의 앞날을 두고 고민이 많았던 때이기도 하다.
학교는 청주에 있어 먼 거리를 통학해야 했고, 덕분에 시간표를 잘 짜야만 했다.
시간을 아껴야 했고, 생활을 위해서 끊임없이 알바를 해야 했다.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바쁜 생활 속에서 올림픽공원이 가까웠던 자취방 덕분에
소마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다녔었고,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틈만 나면 박물관과 여러 미술관에 갔다.
별 이유는 없었다. 수천 년의 유물부터 불과 몇 년 안된 그림이나 조각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홀로 보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작품을 남긴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영원할 것 같던 시간들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절로 풀렸었다.

사정이 있어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집에서 학교를 다녔을 땐
거리상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전시와 멀어졌다.
그렇게 학생일 땐 그냥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이 즐거웠지만 그림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품진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라는 압박에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던 어느 날
무작정 서울 가는 버스를 탔다. 목적 없이 출발한 서울행.
습관처럼 찾아간 인사동 거리, 우연히 관람한 전시
한국 화가 김현정 작가의 "내숭 올림픽"
전시장에 관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더군다나 한복을 입고 전시장을 찾아온 사람들이라니!!
복잡한 와중에 바라본 작품들은 웃음 짓게 했다.
동양화인데, 한복을 입은 여인이 그네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구 큐를 들고 있다니!!
공원의 운동기구에서 국가대표만큼 진지한 얼굴로 운동을 하고 있는 여인이라니!!!
수묵화가 주는 그 느낌을 뭐라 해야 할까.
예스러우면서도 현대스러운 느낌. "내숭 폼생폼사"라는 작품은 자꾸만 돌아보게 했다.
그때 처음 이런 그림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구장에서 알바를 했던 기억, 가족과 함께 당구를 즐겼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자넷 리, 차유람의 사진이 아니라 멋진 남자들이 배경으로 걸려있고
한복 입은 여인이 우아하면서 진지하게 당구공을 노려보고 있는 그림.

가지고는 싶은데 이런 그림도 파는 걸까?
아니 그림도 사고파는 상품인 걸까?
가격은 얼마나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 뒤로 막연하게만 언제 기회가 되면 그림을 사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막연함은 여전히 막연한 체로, 마음만 남아 있던 차에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란 책을 만났다. 월급쟁이라는 말에 펼쳤던 책은 그냥 작품을 사고 싶다는 마음만 키웠지, 정작 실행에 옮기진 못 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망망대해에 등대처럼, 막연함이란 안개를 걷어내고 현실이란 햇살을 비추었다.

살다 보면 그림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온다.
하지만 그림에 대해선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림뿐 아니라 '작품'은 모두 그렇다.
그냥 책이나 물건들처럼 가격이 정해져 있고 파는 곳도 확실하다면 고민하지 않을 텐데.
그림은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 걸까? 아니 살 수는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종종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이란 누구의 그림이 어디 옥션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누구의 그림은 몇억이다. 하는 이야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장에 가면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 작품 값만 몇 백에서 몇 천억이 훌쩍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그림은 비싸다는 편견을 만든다.

책은 가격부터 현실감 있게 제시한다.
저자도 책을 쓰면서 마음먹은 가격이 500만 원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투자가치 때문에 500만 원이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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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크기는 몇 호 라고 하는데 '호'는 얼마나 되는 크기일까?
몇 호 그림은 얼마다, 몇 호 그림은 얼마 정도 한다. 할 때 쓰는 그림의 크기.
저자가 친절하게 책에 담아 줬다.
같은 호 수라도 인물이냐, 풍경이냐에 따라서 크기가 달랐다는 것도 몰랐다.
대충 12호나 15호 그림 크기는 일반적으로 쓰는 모니터 크기 정도라면 감이 잡힐까?
더 쉽게 비교하자면 24인치 모니터 정도의 크기가 12호 그림 크기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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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그림 크기를 정했다면 이젠 어디에서 사야 할까?
그림을 살 수 있는 곳은 경매와 전시장이라고 한다.
경매는 뉴스에서 보듯이 작가가 아닌 개인 소유주가 다시 팔 때 많이 이용하는 곳.
전시장은 작가가 처음 파는 곳이라고 하면 쉬울까?
옥션이라 불리는 경매는 요즘 자주 이용하는 '중고나라'
전시장은 그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마트'라고 이해하면 쉽다.

같은 물건도 마트마다 가격이 다르듯이 그림도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화랑이란 곳도 생소한데 어디 가 좋고 어디 가 잘 맞는지 어떻게 알까?
이처럼 완전한 초보자들도 알아가기 쉽게 저자가 직접 전문가들을 찾아가 물어본 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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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샀는데 걸어둘 곳이 없다면?
다행히 그림을 보관해 주는 곳이 있다.
일종의 그림은행. 다른 점은 그림을 맡길 때 돈을 낸다는 것.
그럼에도 좋은 점은 항온 항습을 유지하고 화제 대비도 잘되어 있어 안심하고 맡기기에 좋다는 점.

책에는 이렇게 완전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가 가득하다.
어떻게 접근해서 어떻게 보관하는지까지.
한국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격정보와 작가들의 목록도 있다.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어떻게 하지?에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저자처럼 우선 500만 원을 먼저 만들기로 했다.
당장 은행에 달려가 통장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지금 당장 계좌를 개설했다.
이름은 안목, 용도는 예술작품 컬렉션. (요즘은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가 있어 좋다.)

박봉에 시달리기에 500만 원을 모으는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돈이 모아지기를 기다리면서 올해는 부지런히 갤러리를 찾아다니고, 아트페어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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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직접 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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