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이 되는 중입니다 - 초등 1학년, 은경샘의 교실 이야기 시시콜콜 교육학 1
최은경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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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뭔가 새롭다. 독특하다. 색다른 시도다. 교육일기 같은 책인데, 뭔가 정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독특함이 책 구성에서, 문체에서, 콘셉트에서 느껴진다. 현장교육에 대한 새로운 글쓰기를 통해 이 책이 문을 연 시리즈 이름처럼 '시시콜콜 교육학'이라는, '이론'이 아닌 '실제' 또는 '실천'으로 구성된 교육학을 꿈꾸는 책인 듯하다. 단순 교육산문도 아니고 본격 교육담론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들어가야 할 과제가 이 책과 이 시리즈에 있을 터. 그 미세한 길 찾기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져 교사와 학부모, 교육현장의 눈과 귀를 열어줄지는 더 두고 봐야겠다.

이 책에는 아동문학 전공 교사가 쓴 책이라 그런지 많은 동시와 동화, 그림책이 언급돼 있다. 이제 막 '남과의 삶'을 살기 시작한 어린 초등 1학년 아이들과의 긴밀한 소통, 책과 문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교육, 교육과정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새롭게 적용하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전혀 무겁지 않게, 다소 가볍게 산문으로 펼쳐진다. 가볍다는 건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서술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생생하다. 이 책을 쓴 선생님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해왔는지가 깊이 느껴지는데, 그게 사실 엄청난 내공일 터. 가벼운 서술 또한 그러한 내공의 발로로 읽힌다. 대단한 교육 이론이나 방법론, 정책 등을 내세우거나 감동 뚝뚝 묻어나는 희생정신이 넘실대는 교육산문이 많은데 그런 책들과 결을 달리하는 책이다. 그러니 그런 무게감 있는 걸 기대하는 독자에겐 낯설 수 있겠는데, 1학년 교실에서의 섬세한 일상을 계절에 따라 죽 짚어나가고 싶은 예비교사, 현장교사, 학부모 등에겐 좋은 책이 되겠다. '눈높이 맞추기'라는 엄청난 난제를 이렇게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교사가 있구나라는 감탄 속에서 그 실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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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샘 2018-05-3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가볍고 상쾌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선물같은 글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Z교시 문학동네 동시집 58
신민규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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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규 동시집을 이제야 읽었다.

신민규 시인이 전부터 이런저런 잡지에 발표해온 동시를 눈여겨보았고

젊으신 분이라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하고 있구나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 책으로 엮인 작품들을 한꺼번에 읽으니 더더더더 새롭디 새롭다.

그리고 무척이나 재밌다!!

 

'재밌는 동시집'이라고 할 만한 동시집이 있을까?

좋은 동시집이야 많아도, 재밌는 동시집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재밌는 동화집이야 많아도, 재밌는 동시집은 정말 들어본 적이 없는 듯!

 

'재미'라는 걸로 동시와 독자의 거리를 이렇게 확 끌어당겨서

옆에 앉혀놓는 동시집은 정말 드물다.

그래서 정말이지 아이들한테 권하고 싶은 동시집이다.

 

물론 우리나라 동시의 전통은 아주 깊고 훌륭하다.

그 깊고 훌륭한 동시 전통의 고갱이를 이 시집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다른 동시집들도 같이 추천해야겠지만,

그래도 동시도 재밌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데엔 이만한 동시집이 없을 듯하다.

 

새로운 시각, 언어감각, 랩을 활용한 절묘한 리듬감이 살아 숨 쉬는,

모처럼 훌륭하게 본 동시집.

신민규 시인이 여기에서 어떤 길로, 어떤 발걸음을 내디디며 나아갈지

정말 궁금해진다.

부디 갱신과 갱신, 전통과의 조우, 새로운 감수성 발현 등으로

훌륭한 동시인으로 꾸준히 활동해주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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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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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맥이 딱 풀리네. 긴장감을 아주 잘 이끌어가다가, 그냥 긴장감 없이 툭 끝나네. 아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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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만져 보세요 - 예술 감각을 키우는 미술 놀이
송혜승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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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흐름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도 바뀐다.
놀이가 풍성해지는 주요 원천이 계절의 뚜렷한 변화인 셈이다.
그런데 그 놀이를 자기 개성의 표현으로 채운다면 어떨까.
마음껏 상상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그럼으로써 해방감을 맛보거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감각을 일깨우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된다면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계절, 놀이, 예술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점만으로도 이 책은 많은 아이들이,
그리고 아이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고 있는 어른들이,

아니, 꼭 아이들하고 상관없이 어른 누구라도
세심하게 펼쳐 봤으면 하는 훌륭한 책이다.


계절에 따른 제철 식재료를 먹어야
우리 몸과 자연 환경이 건강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아이들이 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와 도구로 재미있게 상상하고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렇게 놀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을 보니 계절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한 현상이 아니라
그 변화의 양상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깊게 느끼면 느낄수록
삶을 더 풍성하게 하는 원천이란 점이 새삼스럽게 환기된다.
그저 봄엔 꽃놀이 가고 가을엔 단풍놀이 가는 것 이상으로
네 가지 각각의 계절을 온전히 누리면 누릴수록
우리 삶에 큰 활력이 찾아올 것만 같다.


아이들에게 놀이와 예술이 구분되지 않고 하나가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예술은 예술적 감각을 지닌 몇몇 사람만이 누리는 특정 전문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 개성, 자신의 생각, 기호, 시선 등을 마음껏 꺼내어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남들과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란 점에서
누구나 누려왔고 또 누려야 하는 삶의 일부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일상 속에, 놀이 속에
예술적 자질이 담길 수 있도록 하는 건 무척 중요하겠다.
극적으로 성장해가는 유년기에, 소년-소녀 때, 또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자기 표현 한 번 안 해본 사람이라면
과연 삶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싶다.
예술적 자질은 높고 낮음이나 옳고 그림이 없기에
그 표출은 우리네 삶의 결이 한 가지가 아니고 다양하다는 점을 늘 일깨워준다.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을 확인하고 인정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아주 좋은 지름길이 예술인 셈이다.
사물과 세계를 보는 눈이 다양할 수 있음을 예술은 늘 일깨워주며,
다양성 자체가 예술의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이 책에 붙은 "예술 감각을 키우는 미술 놀이"라는 부제가 이 책을
미술이라는 폐쇄적 영역 안에서
예술 감각을 키우기 위한 워크북 정도로 인식되도록 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 책은 실제로 일상 속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와 도구를 가지고
누구나 조금만 시도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들을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복잡하고 번잡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제대로 들여다보면 꽤 쉬운 활동들을
단순 명료하게 제시하려고 애쓴 흔적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즐겁게 어지럽힐 수 있는 작은 공간이나 책상만 있다면
아이들이 신나게 이것저것 자신을 표현하고 계절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러면서도 아름답고 기발한 활동들이 빼곡히 담겼다.
결과물의 형태나 그에 대한 해석이 열려 있는 점도 참 좋다.
이 책의 도움을 받되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겠다.
아니, 그게 더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저 작가분이 제시하는, 썩 좋은 예를 담아 보여줄 뿐이다.


학교나 문화예술기관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몇몇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허접함에 혀를 찬 적이 여럿 있다.
관점도, 철학도, 재미도 없는 활동들이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진행되고 있을 거다.
그런 곳에 이 책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
웬만한 학교나 문화예술교육 기관의 콘텐츠를 압도할 만한,
그렇지만 쉽고 좋은 활동들이 많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계절별로 구분돼 있는 초등 교과서와의 연계도 되어 있는데,

이 책의 콘텐츠가 아예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것 같다.


책 자체도 말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사진의 질이 아주 좋고, 구성이 깔끔하다.
화려하되 친근한 이미지와 색깔이 활기까지 머금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냥 한 장 한 장 넘겨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

"와~ 예쁘다. 따듯하다."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노년기 독자한테도 유용해 보인다.
어린이로 돌아가든 안 돌아가든
계절을 오롯이 누리고, 자기 감각을 다시금 일깨우며,
심심할 겨를 없이 지내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아이, 어른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되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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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공광규 시, 주리 그림 / 바우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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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정말 좋다.

모처럼 만난 아주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림책이다.

 

시를 가지고 그림책을 만든 걸 여럿 보았지만,

이 책처럼 시가 지니고 있는 매력을

그림과 책을 통해 이렇게 잘 극대화한 경우를 그다지 많이 보진 못한 듯하다.

책에 담긴 시가, 좋은 시이긴 하지만, 시만 따로 두고 보면

다소 밋밋하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림작가의 그림이

시의 행간을 아주 세밀하고 풍성하게 형상화해 보여주고

그 구성이나 흐름이 참으로 정갈하며

하이라이트 표현에선 일정한 절제도 하고 있어서

시가 지닌 함의와 매력을 한껏 드높인다.

시를 통해 전개되는 시간의 변화가

그림을 통해 공간의 변화, 그리고 시선과 사유의 깊어짐으로 이어지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할머니를 통해 드러나는 우리네 삶에 대한 따뜻하고 포용적인 시선과 사유가

책 전체를 따뜻하게 감싼다.

 

좋은 시, 그 좋은 시의 매력을 극대화한 좋은 그림,

이 둘의 만남을 통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책으로 만들어진 이 그림책을

아이, 어른,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많이들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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