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어봐 조지야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1
줄스 파이퍼 글 그림, 조숙은 옮김 / 보림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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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라는 강아지가 있다. 조지 엄마가 조지에게 한번 짖어보라고 하는데, 그때부터 조지가 강아지 아닌 강아지가 된다. 조지가 짖는 소리가 그걸 말해준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고, 조지는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러자 조지 엄마는 도움을 준 의사와 함께, 조지가 조지일 수 없었던 까닭들, 그 까닭의 제공자들에게 뽀뽀를 한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 이거 단순한 그림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고 쉽지만 책이 드러내려고 하는 바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좋다.

이 책을 본 뒤 나도 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나 아닌 나’가 있을까. 나는 정작 내 안에 ‘나 아닌 나’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나를 나일 수 없도록 하는, 그런 ‘나 아닌 나’가 내 안에 있을 것이다. 나 자신도 ‘여러 나’ 가운데 어떤 나가 진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수 있다. 어쨌든 나에게는 분명히 ‘내가 바라는 나’도 있을 테고, 그 ‘내가 바라는 나’란 존재에게는 어떤 기대도 품을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내 목숨이 그대로 드러내는 ‘자연 그대로의 나’가 있을 터. 그 나는 물론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과 연결되고,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존재여야 하나라는 고민과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나 아닌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부정하고 싶은, 나이고 싶지 않은 나, 사람답지 않은 나인가?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그 ‘나 아닌 나’라는 존재는 애정을 갖기 힘든 존재가 된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 조지 엄마는 조지가 조지일 수 없도록 한 존재들에게도 애정을 갖고 뽀뽀를 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뭔가 띵! 하는 소리를 들었다. 부정하고 싶은, 나이고 싶지 않은 나, 사람답지 않은 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그 ‘나 아닌 나’와 ‘진짜 나’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말해주는 것 아닌가. 이 장면이 없었다면 이 책은 그냥 그저 그럴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 엄마는 ‘엄마’이기에, 조지 안의 ‘조지 아닌 조지’한테까지 그렇게 애정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장면은 또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지는 다시 조지 아닌 조지가 된다. 애써 자기를 되찾았는데, 왜 그랬을까.

예전에 <민들레>라는 대안교육 잡지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공동체적인 삶을 이념으로 하는 어떤 외국의 대학에서, 그 대학에 다니던 사람 하나가 어떤 교수에게 “공동체는 ‘안녕’이라는 인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고 말하고서는 학교를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그 교수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조차 잘 보여주지 않던, 그래서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 교수도 사람들에게 공동체는 어떠해야 한다는 이념을 두고 여러 가지를 가르쳤을 텐데 말이다.

‘안녕’이라는 인사, 그 간단한 인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조지는 잠깐 다시 조지 아닌 조지가 되었던 걸까? ‘나 아닌 나’를 그저 끄집어내야 할 존재로만 보지 않고, 어떨 때는 그 ‘나 아닌 나’를 나에게 일부러 불어넣어야 할 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내 안으로 불어넣을 ‘나 아닌 나’는 긍정하고 싶은, 나이고 싶은 나, 사람다운 나일 테지. 조지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자기 길만 보며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주로 어른들)을 향해 자기 아닌 자기를 불어넣어 “안녕” 하고 크게 짖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 아닌 나’가 되었던 것이다. 그 조지의 짖음이 크게 들린다. “안녕”……. ‘본래의 나’ 그리고 ‘지향하는 나’를 생각케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내용인 것 같고,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과는 조지의 짖음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좋을 거 같다. 너무 관념적인 얘기가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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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야맘 2004-07-0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이런식으로도 생각하다니... 참교님에게 머리가 숙여집니다.

산너머 2004-07-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해 본 거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