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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으로 세상 읽기 - AI와 문화예술, 사회와 사람을 잇는 지식 산책
공병훈.조정미 지음 / 반디서림 / 2025년 9월
평점 :
무척 독특한 책이다. 논문으로 세상을 읽는다? 그 효용이 어떤 걸지 궁금했다. 표지에 적힌 "논문, 세상을 읽는 새로운 창"이라는 카피가 힌트. 미디어와 경제, 문학과 출판을 전공한 두 저자의 평소 습관이 바로 관심 가는 현상이나 소재가 생기면 그것을 다룬 논문부터 찾아 살펴보는 것인바, 그러면서 통찰하게 된 내용과 읽은 논문, 그 논문의 내용과 참조점 등을 담은 책이다.
읽다 보니 세상 만사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틀'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논문이라는 것이 현상을 분석해 이론화하기 위한 경로 혹은 도구라 한다면, 이건 꽤 효과적인 틀이다. 보고 듣고 겪게 돼서 어렴풋하게 느낀 특정한 현상들, 그 현상들의 가시적 양상과 특징, 이를 통해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점, 이런 것들을 가끔 특정 개념이나 이론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정리된 언어로 인식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내용을 담은 논문이든 칼럼이든 단행본이든 어떤 텍스트를 볼 때면 '아,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들이 이렇게 벌써 누군가에 의해 파악되고 분석돼 있구나, 이렇게 언어화되어 개념 혹은 이론으로 정립돼 있구나, 이걸 활용하면 되겠다.' 이렇게 느끼고 여길 때가 있다. 실제라는 재료를 이론화한 내용, 그러니까 귀납적 사고를 한 결과물인데, 이것의 효용은 바로, 거꾸로 연역적 사고를 촉발한다는 것, 그러니까 이론을 가지고 실제를 파악하고 분석해 또 다른 인식이나 전망으로 나아가도록 한다는 데 있다. 이렇듯 실제와 이론은 맞물리고, 그 맞물림을 통해 우리는 좁은 경험에만, 혹은 추상적 관념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더 정밀한 눈으로 자신과 타자, 그리고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듯 논문으로 세상을 읽는 행위의 효용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공부나 연구를 하는 사람들, 학교나 강단,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논문을 보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논문은 누구나 활용 가능한, 실제와 이론 속에서 경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별의별 분야가 다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책에 소개된 어떤 논문은 찾아 읽어보고 싶게 되며, 책에 간단히 정리돼 있는 내용만으로도 큰 참조점을 얻는다. 두 저자가 사유한 바를 따라가는 것 또한 재미있다. 특히 인공지능, 매체, 문학, 출판, 문화예술, 대중문화, 청년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이야깃거리를 넘나들며 다루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으로 많은 분이 이러한 재미와 효용을 누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