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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그래, 라스베이거스로 가자!'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서른이 되기 직전,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되는 그 멋진 순간을 맛본 뒤에 죽는 거야. 카지노에서 전부를 잃어도 상관없다.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승부를 펼쳐 보는 거다. 그리고 땡, 서른이 되는 날 미련없이 목숨을 끊는다.
'1년, 내게 주어진 날들은 앞으로 1년이야.'
지금 나에게는 '죽지 못한 탓에 맞이하게 된 시간'밖에 없다. 나는 지금부터의 시간을 '남아 있는 목숨'이라 부를 것이다.
그날부터 내 인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中 45~46p.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 모든 나이가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뭔가 새로움을 직면하고 있을 것 같은 나이. 열 아홉이라는 나이일 때도 다가올 스물이라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동경과 설렘으로 맞이했었고 그 설렘과는 달리 평범한 이십대를 보냈었다. 그러다 맞이한 스물 아홉이라는, 아직 어리다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어리게만 볼 수는 없는 나이에 직면했을 땐 열 아홉에 느꼈던 동경과 설렘보다는 뭔가 두렵고 부담스러움이 앞섰던 것 같다. 그러했기에 책 제목만 먼저 보았을 때 끌렸던 이유가 나 뿐만 아니라 다른이들도 스물아홉이라는 나이가 두렵고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 테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준 책 중 하나이기도 하고 제목이 끌리기도 했던 책인데, 읽어야지 하고선 계속 미뤄뒀다 이미 삼십대에 접어든 지금 이 책을 읽게 되다니.. 언젠가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었을 땐 나도 내인생에서 무언가 대단한 일을 했지 않을까 했는데 그저 별다를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인지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주인공 아마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큰 의미로 와닿는듯 했다.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中 62p.
인생은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기 위핸 어떻게.. 등등 코치해주던 흔해빠진 자기계발서들과는 조금 달랐던 이 책은 작가이자 주인공인 하야마 아마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금은 실화라기엔 너무도 드라마틱했기에 믿기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조금더 쉽게 읽혔고 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리는 스물아홉의 생일에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죽음을 결심하고, 그마저도 용기가 없어서 실패한 이후 TV속 화려해보이는 라스베가스에 매료되어 자신의 스물아홉 마지막 날 라스베가스에서 최고의 하루를 보내고 미련 없이 죽음을 선택하기로 목표를 세우게 된다. 그렇게 세우게 된 1년 간의 시한부 계획. 그 계획은 어쩌면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에겐 인생의 전화점이 되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된다. 뚱뚱한 몸에 제대로 된 친구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이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던 그녀는 1년 뒤 라스베가스에서의 화려한 날을 위해 낮엔 평범한 파견회사의 사원으로, 밤에는 긴자의 호스티스로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죽지 않기로 했다. 카지노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죽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1년 전 3평짜리 원룸에서 식칼을 손목에 갖다 댔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알던 그녀는 어제 죽었다. 이로써 나는 '또 다른 오늘'을 얻었고, 인생의 연장전을 이어가게 되었다.
서른 살 첫날, 내가 받은 선물은 '생명'이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中 227p.
이 책을 읽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른 즈음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었지 사실 그 기대감을 성공으로 이루기 위해서 나는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은채 서른을 맞이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 힘들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던라면 어쩌면 지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녀는 밤낮없이 일했고, 3~4시간만 잠들고 너무도 간절하게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도착한 라스베가스에서 인생을 건 도박?!을 했고, 물론 큰 돈을 바라고 간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녀가 쥔 승리는 단돈 5달러 뿐이었다. 겨우 5달러?!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녀는 힘들고 우울했던 자신의 지난 인생과는 작별을 고했고, 5달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크나큰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나는 단 6일을 위해 1년을 살았고, 삶을 끝내기 위해 6일을 불태웠다. 그 끄트머리에서 '20대의 나'는 죽고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났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내일'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中 234p.
1년이라는 길다면 길지만 짧은 시간동안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간절함과 절실함이 그녀를 이토록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화를 시킨게 아닐까 싶다. 목표만 세우고 실천은 하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피나는 노력을 했던 그녀, 그리고 절망적인 순간 자신의 마음가짐 하나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준 그녀에게 큰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생각되는 청춘이 있다면 아마리 만큼의 큰 목표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조금의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