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인이 한창 공상에 잠긴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반드시 이루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소?" 엘리엇이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 선생?"

재치 있게 응수할 생각이었으나 피로가 몰려오는데다 느닷없이 감상에 젖게 된 의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꼭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라면?"

"예, 내게는 단 하나뿐인 여자죠.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단 한명의 여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中 11p.

 

만약 당신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돌아가거나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나요?!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과거로의 시간여행. 예순살의 주인공 엘리엇은 우연히 캄보디아 노인에게 얻게 된 알약으로 믿기지는 않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 바로 과거에 이미 죽었기때문에 지금의 엘리엇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사랑했던 여인을 한번이라도 다시 보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는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알약을 삼키고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긴 시간을 과거에 머무를 수는 없지만, 과거로 돌아간 예순 살의 엘리엇은 과거의 자신인 서른 살의 엘리엇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그녀 일리나를 다시 보게 된다. 몇번의 시간여행을 통해 예순 살의 엘리엇 그는 서른 살의 엘리엇과 함께 그들이 사랑했던 혹은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를 살리기 위해 그 죽음을 막고자 한다.

 

"당신이 찾으려 한 건 무엇이었죠?"

"일리나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네. 그게 전부야."

"왜죠?" " 일리나를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엘리엇이 그를 화장실 벽으로 밀어붙이며 소리를 질렀다.

"유감이지만 일리나는 곧 죽는다네."

"일리나는 이제 겨우 스물아홉이에요. 그 나이에 죽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노신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아무 대답도 못하고 서 있다가 사라지기 직전에야 청천벽력 같은 말을 던졌다.

"그녀를 죽게 만든 사람은 바로 자네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中 169~170p.

 

반신반의하며 호기심에 삼킨 알약으로 엘리엇은 30년 전의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사랑했던 여인 일리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만 더 보고싶다는 생각에 돌아간 것이지만, 이후엔 사고로부터 그녀를 구하고자 안간힘을 쓰게 된다. 하지만 나비효과라 해야할까? 과거의 일부분이 바뀌게 되면 예순 살의 엘리엇의 삶은 현재의 모습과 달리 변한다는 사실. 그중 엘리엇이 현재의 삶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인 딸 앤지. 일리나를 다시 살려내게 된다면 현재에 존재하는 딸 앤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유에 서른 살의 엘리엇과 서로 대립하게 된다.

 

시간여행자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식상하기는 하지만 늘 흥미롭다. 누구나 한번쯤을 꿈꿔봤을 법한 생각이니까 말이다. 다시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이들도 있을 테고, 어쩌면 바꿔봤으면 하는 과거의 일들도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의 나의 일을 미리 알게되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다. 엘리엇의 경우라면 일리나를 잃지 않을 수 있게 미리 알면 좋을 과거도 있겠지만.. 그래서 예순의 엘리엇은 30년 전 자신에게 자신이 폐암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망선고는 하지 않은것 처럼.. 늘 마지막의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는 작가 기욤 뮈소 답게 마지막 시간여행으로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흔히 말하는 열린결말도 참 맘에 들긴 했다.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운명이 결정하는 것을 따라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 아니던가? 산다는 게 다 그런지도 모르지.' 죽음의 물결이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에 갇힌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건너편 세계로 기우뚱 넘어가기 직전, 그녀에게 간절한 후회로 남는 단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엘리엇과 싸우며 헤어졌고, 그의 뇌리에 영원히 간직될 자신에 대한 마지막 이미지가회환과 원망으로 얼룩졌다는 것이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中 205p.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사랑 받고 있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전세계 최초로 영화화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유럽이나 미국에서 영화 제작 제안이 많았지만 늘 거절했던 기욤 뮈소가 한국에서의 영화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도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밥 딜런의 노래가 한국 영화 최초로 OST에 수록된다고 하니 영화만큼이나 음악도 쥐의 깊게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스토리 구성과 늘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반전, 그리고 로맨스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탄탄한 원작인만큼 얼마만큼 영화로 잘 담아낼지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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