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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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응급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의사다. 밤새고 일하는 고생은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이를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외진 응급실에서 조용히 일할 뿐이다. 큰 신념이나 의지가 있어 사회나 시스템을 개혁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내 환자가 눈 앞에서 죽어가면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떨린다. 생각 없는 나도 며칠 동안을 자책하고 후회도 한다.

 

「만약은 없다」中 172~173 p.

 

죽음. 막연한 것 같은 말이지만 늘 죽음은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로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것 중 하나다. 그런 죽음을 바로 가까이에서 늘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바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만약은 없다"는 의사라는 직업 중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기록의 책이다. 실제로 자신이 목격한 사실도 있고, 또 그 사실을 극적으로 구성하거나 가공한 글들. 그래서 사실인듯 아닌듯 한 글들을 기반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병원에서도 늘 다른 병동에 비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곳 응급실. 의학 드라마에서만 봐도 그렇다. 끊임없이 환자들이 실려오고 또 오고,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경보음에 심정지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늘 주위에 있다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런 극단적인 상황과 마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시도를 하고, 교통사고나 다른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병에 걸리곤 한다. 그러한 이들을 매번 마주해야하는 그들은 육체적으로 고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실려 온 남성을 면담과 협진을 통해 다시 돌려보내고, 몇시간 뒤 싸늘한 시체로 그 남성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교통사고로 온 여성에겐 손조차 써볼 틈 없이 급사한 이야기. 지하철에 뛰어내려 하반신이 으스러진 할아버지 등등 너무도 잔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마치 내가 응급실 현장에 있는 것 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다시 기억하기 조차 힘든 비극적이고 잔인한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는 건 참 끔찍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잊지않고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가 이렇게 책으로 나마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진부한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일상 속에서 죽음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지만, 언제 닥쳐올지 모르니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에서 만약이란 없다. 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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