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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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한 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거리에서 입 맞추고 싶단 말이 아니라, 자랑할 수 있는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팔짱 끼고 싶을 때 팔짱 끼고, 가고 싶을 때 어디든 가고, 흉보고 싶을 때 흉보고, 멋있어 보일 땐, 입술 옆에 붙은 밥풀까지 멋있다고 푼수처럼 떠들어대고... 사람을 좋아하면 유치해지나봐. 아이처럼 남들한테 떠들고 싶어지고 그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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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삶은 이어졌다.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걸, 우리는 마침내 깨달아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더이상 어떤 기쁨도 놀라움도 설렘도 없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끝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늙어갈 것이다. 그는 끝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끝내 아무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우리는 두 마리의 거북이나 염소처럼 시시하게 늙어갈 것이다. 삶은 끝났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남은 것은 그 삶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뻔뻔함과 얄팍한 위안뿐이었다. 우리는 이제 서로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손을 잡아줄 사람은 서로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건 끔찍한 깨달음이었다. 우린 단지 너무 외로워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잡아줄 손이 그 손을 올려놓을 어깨가 필요했다. 아니 그저 살아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게 거북이건 염소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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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별이 뜨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별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그래요. 우리 인생의 복선과 암시는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어요. 해피엔딩이든, 쓸쓸한 뒷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막을 내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인생의 정면을 관통할 사랑과 의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걸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난 내 삶 자체가 바뀌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건 아주 절실했죠. 새롭게 시작할 만한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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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복마전이다. 나는 자주 길을 잃거나 발을 헛디딘다.

끝내 닿으리라 찾아 헤매던 그곳의 기억마저 때로 가물가물하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꿈결에도 길을 묻곤 한다 모욕을 견디며, 상실을 이기며,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내 안에서 왕왕 울리는 질문들, 내 어깨 너머에서 궁싯거리는 질문들, 내 곁에 나를 닮은 허기진 얼굴들이 꾸역꾸역 토하는 질문들.

제발 나를 건들지 마라, 고 세상을 향해 부르짖고 싶은 나는 웬만한 싸움은 마다하고 더러운 것은 피해가며 산다. 어지간히 타협적으로 비겁하게 변해 버린 셈이다. 하지만 역시 내 맘대로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일상의 곳곳에서 나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것들과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이 누항의 한가운데 몸을 부려 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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