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변명이긴 해도 결혼을 할 시간이 없었다. 오피스텔과 직장을 오가고, 밤을 새고, 회의를 하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돌아와 빨래를 하고, 간단한 요리를 만들거나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고,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오디오를 바꾸고, 외국으로 현지답사를 떠나고, 돌아오고, 그때끄때 트렌드에 맞는 옷을 구입하고, 승진을 위해 노력하고, 연봉협상에 임하고, 미용실을 바꾸고, 회식을 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했을 뿐인데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있었다. 한 해 한 해 미뤘던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마흔살의 독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