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모자란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처받기 싫고 자기 자신만 지키고 싶다면 사랑하지 않고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나를 절절히 사랑해 주길 원했다.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손해 보지 않을려고 하면서 상대에게는 눈감고 귀막고 나를 향해 돌진해 주길 바란 것이다. 이걸 20대가 넘은 지금에야 알았다. 나란 인간의 한계다.

 나는 남자에게 한 번도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연인이었다. 그러기엔 항상 내가 더 중요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이란 시구를 좋아하면서도 나는 정작 단 한 번의 상처도 받지 않으려고 했다.

 나보다 못하다 생각되는 누군가도 받는 저 열렬한 사랑을 왜 나만 받지 못하는가. 사랑을 받으려면 남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을 만큼 더 잘난 내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잘나서 받는 게 아니었다. 사랑받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사랑해 줄 자리를 만들어두어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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